▲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2018년도 마지막 달이다. 달력이 달랑 한 장.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온 지도 어언 4년째. 이제 떠나야할 때가 되었다.

4년 전 내가 맡았던 아이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아이들, 이제 의젓한 중학교 3학년은 됐을 것이다. 재작년까지는 간간이 얼굴을 보여주더니 점점 뜸해지고, 올해는 아예 볼 수가 없다. 대신에 작년에 4학년하면서 맡았던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주칠 때마다 어찌나 반갑게 인사를 해 주는지 감사하기만 하다. 지난주에 삼산재능발표회와 행복나눔장터를 마치고 나니 아이들의 태도가 사뭇 다른 것 같다.

올해의 큰 학교행사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일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더 열중해야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저 웃고 떠들고 잡담하느라 도무지 공부할 생각을 내지 않는다. 아침 독서시간부터 부산스럽고 들떠있던 분위기는 3교시, 4교시가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본의 아니게 지금까지 한 번도 지르지 않았던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고야 말았다. 5초도 지나지 않아 후회…. 피로가 누적된 것인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건가?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하기도 하고, 예민하게 군 내 모습이 싫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고 기분이 별로였다.

처음 마음으로 1년을 보내자고 해마다 다짐한다. 3월에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마음과 사랑을 담아서 딱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자고. 12월 한 장의 달력을 남겨두고 나와의 그 약속을 쉽게 저버리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사탕이랑 젤리랑 간식으로 챙겨두었던 것들을 모두 털어 아이들에게 쏘았다. 아이들은 ‘웬 거지?’하는 눈빛으로 싱글벙글 맛있게 먹는다. “선생님께서 주시니 더 맛있어요.”하면서 사회성 멘트를 하는 학생도 있다. 이제 제법 많이 컸다. 분위기를 맞추려고 너스레도 떨 줄 알고.

매일 나를 다독인다. 처음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잘 이어가자고. 나와 타협하기 시작하면 금방 무너진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이 다짐의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쉽게 무너지는 일들이 점점 늘어간다. 마음의 중심이 점점 약해지고 있나보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잘하여 마무리 끝맺음을 잘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낸다. 어쩌면 아이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라기보다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12월이 지나면 이 학교에서의 4년이 마무리될 것이다. 2월은 어차피 덤으로 주어지는 시간과 같을 것이므로. 4년 동안 해묵은 먼지들을 말끔히 지워내듯 짐들을 조금씩 정리해야겠다. 무심코 던진 내 말에 상처받은 학생은 없는지 곰곰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아야겠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업무 중에 누락된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챙겨봐야겠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감사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야겠다. 처음도 좋고, 과정도 좋고, 끝도 아름다운 그런 삶을 살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4년의 마침표를 찍게 할 지금의 우리 반 아이들에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끝맺음이 되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처음마음 끝까지 쭈욱~ 처음처럼….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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