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관장 기자간담회
트레이드 마크인 유물 빼고
영상·전시콘텐츠 이용해
울산 이야기 보여주기 힘써

▲ 울산박물관 전경사진.

울산박물관이 ‘시민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튼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파격적인 문화행사를 추진하고, 내년 한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상목 울산박물관장이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지역일간 문화부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지역사의 재조명 뿐 아니라 문화담론이 펼쳐지는 장, 미술과 음악 등 예술향유마저 가능한 곳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지금 박물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시민들의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울산박물관은 5건(혹은 6건)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첫 전시는 내년 1~2월 중 열리는 ‘유물 없는 전시’다.

그 동안 울산박물관이 추진해 온 대형 기획전은 해외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연계 해 울산에서 잘 볼 수 없는 해외의 유물이나 볼거리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 이상목 관장

물론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전이 시작되는 시점에 반짝 몰릴 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박물관을 찾도록 유인하는데는 실패했다.

울산의 역사를 너무 등한히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관장은 취임 이후 첫 전시를 기존과는 다른 내용에다 파격적인 큐레이팅까지 시도한다. 박물관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유물’은 빼고, 유물 이외의 영상이나 전시 콘텐츠만으로 울산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치미술가이자 영상미디어작가인 신미정 작가의 작업을 박물관 전시공간 안으로 끌어온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신 작가는 해마다 거주지역을 옮기면서 망각된 장소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하창작스튜디오(울주군 천전리 1111)에서 울산 이주민(지역 내 타지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지역 곳곳의 다양한 장소를 답사하며 인터뷰 한 내용들을 소개했다.

그가 만든 작품은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영상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울산박물관은 이밖에도 3·1운동 100주년 울산기념전, 울주출신 민족학자 송석하, 선사시대 비너스상이 출토됐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유적과 대곡천 암각화군을 연계한 특별전 등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울산문화재단과 울산문화예술회관과의 협업으로 토크와 콘서트로 구성되는 ‘아트 뮤지엄’을 분기마다 추진한다.

문화담론을 형성할 지역맞춤형 특별강연도 기획 중이다. 수장고를 공개하는 특별이벤트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관장은 “박물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건 아니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고프다는 하소연이다. 박물관은 외딴 성(城)이 아니다. 역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인식이 달라졌으면 한다. 실험적인 시도인만큼 비판을 수용할 각오도 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내년 사업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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