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 장애 범죄 사회문제화
우리사회의 핵심가치 무너진 탓
자원봉사주간 배려정신 일깨워야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최근 개인이 화를 참지 못한 분풀이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해치는 범죄뉴스가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개인적 측면과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본인의 욕구가 해소 되지 않거나 바람이 실현되지 않을 때 건전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데 있다. 또한 낮은 스트레스 대처능력 등이 범죄가 일어나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분노조절 실패로 인해 타인을 해하는 범죄는 우리사회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근원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사회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서울에서 일어난 PC방 종업원 살인사건, 부산에서 일어난 변심한 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 거제에서 일어난 묻지 마 폭행과 살인, 그리고 지난달 울산에서도 일어난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폭행 등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부담스러운 뉴스들은 실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 또는 인권국가의 지향성은 우리나라 헌법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34조1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조항은 사회보장에 관한 가장 상위의 근거이자 인권국가 지향의 천명이다. 그에 따라서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하위 법률들이 다루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최대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갖게 하는 등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가치이자 국가복지정책 실천의 근간이다. 그런데 최근 인명을 경시하고, 너무나 쉽게 타인의 인권과 생명을 해하는 뉴스를 접할 때 마다 필자는 사회복지 실천가로서 무기력하고 허무한 생각마저 든다.

근래에 우리사회는 마음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 사회, 자기중심적 사회로 극명하게 치닫고 있는 듯하다. 삶의 본질에 관한 질문과 합리적 행동, 타인과 조화로우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고, 철학과 인문학을 멀리하고 과학적 사고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즉흥·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는 위험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에 나의 주관과 나의 감정 중심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주관을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거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멀리하는 사회는 반드시 갈등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가정에선 소위 밥상머리 윤리교육이 실종되고, 학교 교육과정 또한 인성교육보단 학력신장 중점 교육으로 전략시킨 결과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을 멀리하고 대결의 구도로 편을 나누어 표를 얻고, 자신의 정당이 취하는 정책과 주장만이 진리인 것처럼 국민을 선동하는 일에만 몰두해 왔던 결과일 것이다.

타인의 욕망과 나의 욕망이 불일치할 경우 다름을 인식하고 상황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민의 의식을 높일 때 진정한 복지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된다. 어쩌면 진짜 선진국은 소득수준의 증가보다 국민 개개인이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식이 높아지는 정신문화가 풍성한 국가일 것이다.

마침 이번 한주는 ‘자원봉사자의 날’이 있는 주간이었다.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한 5개 구·군의 자원봉사센터는 일제히 자원봉사자 대회를 열고 올 해의 성과를 평가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생활이 어려운 타인을 돕고, 그 도움을 통해 행복을 만들고 삶의 보람을 찾는 자원봉사의 배려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시기이다.

연말이다. 송년모임, 술자리가 잦아진다.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한해의 수고를 다독여 주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가족끼리 오붓하게 ‘사랑으로 함께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가족중심 송년회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야 말로 인권 중심 복지국가의 일반적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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