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이 세워진다. 옛 중부도서관이 시립미술관에 부지를 내주고 옮겨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일반 도서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미술관과 성격을 맞추어 문화예술전문도서관으로 하자는 의견은 지난 8월 시립미술관 건립 공론화 전문가위원회에서 나왔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9월4일 시립미술관 공론화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중부도서관 건립 예정지에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을 건립해 미술관의 공간적 확장과 기능적 확대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울산시는 문화예술전문도서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간다고 4일 밝혔다. 용역예산은 1억6700만원, 기간은 10개월이다. 명칭은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이지만 일반도서관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건립비는 200억원으로 예정하고 있다. 미술관 건립의 주체인 울산시가 도서관 건립도 함께 추진하게 돼 두 건물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도 드문 예술전문도서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울산시의 기대대로 미술관의 공간적 확장과 기능적 확대를 끌어낼 수 있는 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이 거의 없다. 공립으로는 서울에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정보관과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라이브러리파크 정도가 전부다. 사설로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현대카드디자인·뮤직라이브러리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서울에 있다. 이들 모두 정통 도서관으로 보기는 어렵고 자료실 또는 박물관의 성격을 띤다. 이는 예술전문도서관이 도서의 구색을 갖추기도 어렵거니와 이용자도 많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에서도 쉽지 않은 예술전문도서관이 울산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자칫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안 그래도 문턱 높은 미술관의 문턱을 더 높이는 시설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아쉽게도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는 않다. 개관 시 작품 구입 예산이나 운영비 예산 계획으로 미뤄 소장작으로 외지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시민관람객을 불러모으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문에 전문예술공간이라기 보다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주민들의 문화적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광장과도 같은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애초에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을 모델로 제시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시립미술관 옆에 도서관을 두는 가장 큰 목적은 시너지를 통해 두 공간의 이용률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술전문도서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이번 용역에서 분명한 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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