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업무와 일정을 직접 챙기는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지방에 가서 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고급 술집에서 지역 유지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고 호텔방에 투숙한 뒤 상경했다는 대목은 충격에 가깝다. 왜냐하면 시종 개혁을 말하고, 과거 정부의 행태를 비판해온 현 청와대의 비서가 옛날 권위주의 시대의 비서나 했음직한 일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1부속실장이라면 청와대 비서실 중의 비서실이라는 곳의 책임자로 통한다.

 양 실장의 행동은 옛날 권의주의 행태의 입장에서 접근하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대통령후보 경선 때 지역을 책임졌던 민주당 인사가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을 격려해 달라고 요청해서 내려갔다는 양 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향응을 받기 보다는 지역인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분위기에 따라 검소하고 건전한 향응이 불가피했다면 술값도 양 실장이 내주었어야 경우에 맞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함께 자리를 해주는 것만으로 격려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그리고 서울에서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에서 굳이 민폐를 끼치며 숙박을 한 것도 공직자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 청와대 비서진 일부에 대해 아마추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안이한 사고방식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고서야 세세한 상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높은 분이 방문했으니, 지역인사들이 재빨리 계산하는 선수를 쳐 양 실장은 계산을 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5월부터 윤리강령을 통해 직원들이 3만원 이상의 금전, 선물, 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니 양 실장의 처신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그의 상관이 이런 사실을 알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궁금하다. 정치권이나 정부 인사들의 비리에는 엄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하면서 청와대 인사의 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면 국민들은 개혁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 일은 단순히 개인의 순간적인 실수로 돌릴 성질이 아니다. 청와대는 내부 기강을 곧추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곧 있을 듯한 청와대 인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적절한 개편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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