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북 부안군에서는 위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놓고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안 군수는 정부에 핵폐기물 처분장 유치 신청을 하였다. 정부에서는 위도를 핵폐기물 처분장의 마지막 보루로 삼아 20여 년을 끌어왔던 국가사업의 종지부를 찍으려 부안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한편 핵폐기물 처분장 유치 반대운동을 공권력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위도 사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인 군수의 유치 신청이 합리적인 절차를 따랐는가 하는 것이다. 부안 군수는 위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유치신청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부안 군민이나 인근 지역의 여론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공청회 등 일체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선출로 군수가 되었다고 하나 지방자치시대에 있어서 국가적인 대사이며 지역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일을 주민들의 의견수렴과정 없이 이루어진 유치신청이 과연 합당한가? 사회적 문제, 지역의 미래 발전, 환경문제 등 온갖 사항의 고려가 필요한 핵폐기물 처분장 같은 중대한 사안을 일개 군수가 용단을 내려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

 두번째로는 위도 주민들의 찬성이 유도된 과정이다. 위도 주민들은 생활이 어렵고 빚이 많은 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의 관계자들로부터 3억 내지 5억원의 현금보상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찬성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현행 법 제도상 가능하지 않으며 정서적으로나 여타 사업과의 형평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없는 현금보상이 가능할 것인가? 현금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속임수에 넘어간 것을 알게된 위도 주민들의 분노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세번째로는 위도의 핵폐기물 처분장 선정 절차이다. 산업자원부의 부지선정위원회는 단 한차례의 방문 조사 및 여섯 번의 회의를 거쳐 위도를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부처에서 3명, 학계·연구계 8명, 언론, 사회단체, 한국수력원자력 각각 1명씩 도합 14명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의 명단은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산업자원부가 구성한 부지선정위원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선정되었으며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심도있게 논의하였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돈으로 유혹하여 이루어진 위도 핵폐기물 처분장 선정은 결국 군민들의 생명을 건 반대투쟁 속에서 정부는 새로운 선택을 하여야 하는 기로에 처해 있다. 부안군의 군민 7만명 가운데 1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 집회에서 주부 여덟 명은 아이들의 손을 잡은 채 삭발하여 강한 반대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이제는 반대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강압에 평화적 촛불시위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 즉 첨단 과학단지로 위장했던 안면도 사건, 활성단층 조사도 없었던 굴업도 사건, 영향력 있는 일부 주민들을 매수하려 하였던 장안읍 사건 등에서 보았던 속임수와 사탕발림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원개발사업과 관련,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일삼았던 횡포를 그치지 않고 이제 주민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사기수법까지 동원한다.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던 약속은 팽개치고 주민을 기만하고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일이 국민을 위하는 정부와 국민기업으로 일컫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정부는 이미 사양산업이 된 핵 기술을 팔기 위하여 온갖 부정한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의 핵산업체들과 핵산업을 통하여 이익을 챙기는 국내 핵 추종자 집단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핵 발전을 포함한 국가의 미래 에너지 대안에 대한 국민들과의 공개적 논의를 통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때 핵폐기물 처분장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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