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춘 동의과학대학 겸임교수 전 이수화학 상무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안전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교육과 홍보를 하고있지만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있다. 안전은 국가나 전문기관에서 제시하는 거시적인 안전정책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듯 안전에 대해 스스로 맹세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건축물이나 공장설계를 하는 사람은 일을 하면서 제일먼저 ”과연안전한가?“ 라고 자신에게 반문을 하고, 시공하는 사람은 내가족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공사를 한다면 우리사회에서 안전불감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사고는 일어나기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고 말한 하인리히는 사고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을 개인적으로 불안전한 상태나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했고, 버드는 도미노이론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기본원인을 관리의 문제로 보았다. 이들 이론에 의하면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안전사고를 간단히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인을 알면서도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생각과 행동의 차이에서 유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눈에보이는 불안전한 행동이나 상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과 “이번만그냥하지뭐” 하는마음, 그리고 “지금까지도 문제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사고는 유발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참이상하게도 자신이 사고를 당한다는 생각은 못하는것 같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사고를 당해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그때 조금만더 생각했었다면, 조금만 더 욕심을 버리고 양보했었다면 하고 후회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까맣게 잊고 똑같이 어리석은 판단을 반복하면서 사고를 낸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습관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할까? 얼마전 외국인투자기업의 공장장을 역임하신분의 이야기가 바로 안전의 시작인것 같다. 공장을 방문한 외부손님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는데 운전기사는 출발하지않고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외부손님이 공장장의 안전밸트착용을 확인하고 자신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기사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출발했다. 이 운전기사의 행동은 반복된 습관이 자연스럽게 안전문화로 정착한 좋은 사례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잘 제시해 준다. 이러한 일이 있은지 벌써 십여년전인데 우리는 이제서야 뒷좌석 안전벨트 단속을 한다고 홍보를한다.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의 정책가들은 좀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선진안전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구상해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단지나 온산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기억할것이다. 공단으로 가는 두왕로옆 숲속에는 달맞이 식당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단바로 인근까지 상가와 민가가 들어섰고, 고층아파트까지 건설되고있다. 숲의 대부분이 훼손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숲은 빌딩에 싸여 조그만 정원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울산이 발전하고있구나 하는 생각보다 마음한편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공단 인근에 거주하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가까운곳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과거나 지금이나 공장에는 유해위험물질이 없어진게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지않게 과거보다 잘 관리가 되고있을 뿐이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천재지변 발생시 과연 이런 위험을 평소와 같이 통제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공단도 원전과 유사한 안전개념을 적용해야 하는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얼마전 일어난 국일고시원화재사고에서 28만원 창문있는 방거주자는 생존자명단에, 25만원 창문없는 방거주자는 사망자명단에 오르는 등의 비극이 계속되는데도, 지금에서야 뒷좌석안전띠를 단속하면서 마치 선진안전을 이끌어가는것처럼 생색을 내는 사회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안전은 우리모두가 정상이 아니면 모두 비정상이라 판단하고 정상으로 가기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듯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맹세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대이다. 고광춘 동의과학대학 겸임교수 전 이수화학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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