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文化都市)’는 도시의 미래다. 소득이 높아지면 누구나 문화적 욕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화도시는 ‘문화적인 사적(史蹟)이 풍부하거나 학문·예술 따위와 같은 문화적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고 국어사전은 적고 있다. 문화도시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관광 등 경제적 수익도 동반한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도시들은 거의 문화도시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빼어난 사적을 갖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지역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가 여행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울산은 농어업도시에서 공업도시로 급발전하면서 문화적 경쟁력이 경제력에 턱없이 못미치는 도시가 됐다. 최근 몇년 조선업의 부진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곧바로 인구가 줄어든 것도 일자리가 아니면 사람들을 붙들고 있을 만한 매력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소득수준과 문화적 여건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소득이 행복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정정도 소득수준에 이르면) 전반적으로 소득수준보다 거주지 주변의 문화환경에 만족하고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의 비중이 높을 때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고 했다.

특히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들이 급증하고, 혁신도시 등 젊은층이 유입되는 신도시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정주의식을 높이려면 문화적 역량 향상이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주력산업의 정체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문화도시로 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울산시의 내년 예산에 ‘문화도시로 가는 길’이 안 보인다. 울산시가 편성한 예산안에도 문화도시 구축에 대한 의지가 빈약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서 나온 예산을 보면 지역사회가 십수년동안 적은 예산으로 공들여 키워온 문화적 자산을 아예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예결특위는 내년도 당초예산을 3조5939억원으로 가결했다. 이는 울산시가 편성한 3조6003억원 가운데 64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삭감한 예산 가운데는 울산의 문화적 품격과 수준을 높여온 연례행사가 포함돼 있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은 올해 우리나라 1인당국민소득이 3만1243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지 12년만에 3만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소득 3만달러는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적 가치와 욕구는 소득이 높아질 수록 다양해진다. 세분화된 전략 없이 획일적인 잣대로 예산을 가늠해서는 문화도시가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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