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죽음 다룬 작품 많아…경기불황 반영된듯

▲ 2019년도 경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가 8일 본사 회의실에서 실시된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출품작을 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소설
갑질 고발등 사회문제 다뤄
작품 수준 높아 심사에 고민

희곡
대부분 장면 영상적으로 풀어
자신만의 구성 보여준 작품도

동화
판타지·생활동화등 주제 다양
재미와 감동주는 우수작 선정


주로 애환·가족 염원 담아내
도전정신 돋보이는 작품 주목

시조
예년에 비해 응모작 많아 
형식·율격 벗어나 아쉬움

동시
가벼운 말놀이 같은 응모작

2019년도 경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가 지난 8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올해 본사 신춘문예에는 총 876명이 2923편의 작품을 접수했다. 그 가운데 77명의 작품 240편이 본심으로 넘겨졌다.

각 부문별로 접수된 작품 수는 시 1466편(342명), 시조 399점(85명), 소설 111편(110명), 동화 84편(79명), 동시 810편(208명), 희곡 54편(52명) 등이다. 이 중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시 145편(31명), 시조 42편(11명), 소설 13편(13명), 동화 5편(5명), 동시 25편(7명), 희곡 10편(10명)이다.

올해는 797명에 2566편의 작품이 접수됐던 지난해 수준에 비해 참가 인원과 작품수 모두 대폭 늘어났다. 그 어느 해보다 자아성찰과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와 맞물려 전국의 문학도들이 시대와 세상을 향한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저마다의 창작세계에 심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참가자와 작품 수의 동반상승은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의 상승효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사전 심의 과정 또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이달 중 최종 심사위원들을 초빙해 엄정한 심사를 가진 뒤 내년 1월1일 신년호에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문별 예비심사위원들의 평을 정리한다.

◇소설(배길남·이보라)

한 해의 신춘문예에 응모되는 소설의 주제들은 당해의 사회상과 그 단면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다. 특히 올해의 주제들은 ‘불안과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이혼, 실직, 계약직 등의 애환을 다루거나 ‘갑질’하는 인간관계를 고발하는 경향도 있었다. 작품들의 수준은 대부분 높아 심시위원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참신한 소재, 반전이 살아있는 구조,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소설적 장치 등을 고려해 심사했다.

◇시(박성현·윤진화)

응모된 작품들은 삶의 애환과 고통을 개인의 목소리로 노래한 것이 많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퇴직 후 낙향한 아버지의 쓸쓸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염원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경향은 점차 극도로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퇴락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청년백수나 실직, 미투 등 사회적 이슈를 형상화한 작품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시로 묘사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로 시가 시대의 거울이라는 고전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예심을 통과한 시들은 대부분 시적 형상화에 있어 시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벗어나려고 한 작품들이다.

◇시조(김종렬)

예년에 비해 많은 작품이 응모된 가운데 정형시가 갖추어야 할 형식과 율격에서 벗어나거나 추상적이고 상투적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우수한 작품들이 많아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동화(유순희·장세련)

판타지, 생활동화, 의인화 동화, 가족 동화 등 다양한 주제의 동화 작품이 응모됐다. 하지만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투적이거나 진부한 작품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또 지나치게 유행에 의존하거나, 진부한 소재를 문장만 믿고 풀어 쓰거나, 동심이해보다는 작가 자신의 과거여행 같은 응모작이 많았다. 특히 1인칭 동화가 많아서 소재의 폭을 넓은 안목으로 풀어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나마 판타지를 재미와 감동으로 버무린 몇 작품이 눈에 띄어 다행이다.

◇동시(유지은)

많은 작품들이 가벼운 말놀이 정도로 쓰거나 상투적인 표현, 식상한 전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교훈을 주려한다거나, 많은 설명이 덧붙여진 시들도 제법 많았다. 그 중 새로운 시선, 참신함과 독창성을 가진 시들이 눈에 띄어 본심에 올렸다. 신춘문예에 당차고 패기 넘치는 작품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희곡(안희철)

최근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 많았다.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인공지능이나 로봇, 생체역학 등 미래의 기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장면을 연극적으로 풀기보다는 영상적으로 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상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세대의 특징이 희곡작법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연극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극적 효과를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다만, 큰 사건 없이도 극적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자신만의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정리=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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