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자유로운 영혼 소유자 박보검
신분에 갇힌 송혜교 이끌어내
평범한 일상속 로맨스 그려

▲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tvN 제공

동화호텔이라는 성안에 갇힌 차수현(송혜교)을 구출하기 위해 수현이 속한 상류층의 문법은 물론 주변 이목도 개의치 않고 돌진하는 김진혁(박보검)의 모습은 돈키호테와 많이 닮았다.

송혜교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모은 tvN 수목극 ‘남자친구’는 초반 남자판 신데렐라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진혁은 평범한 과일가게 아들로 태어나 넉넉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취업 전 배낭과 낡은 카메라 하나만 들고 쿠바로 훌쩍 떠날 줄 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흔한 기존 로맨틱 코미디 속 캔디형 여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난 캔디’가 온갖 장애물 앞에 남몰래 눈물짓지만 특유의 낙관과 용기, 그 선(善)에 따르는 운으로 결국 사랑을 얻는다’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남녀 구도만 바꿔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혁은 신데렐라보다는 저돌적인 돈키호테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담대한 영혼은 수현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확인한다.

진혁은 수현의 신분을 모른 채 쿠바에서 그를 만났을 때나, 상사와 직원의 관계로 만났을 때나 다름이 없다. 물론 수현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은 조금 생겨났지만, 진혁이 수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본질은 그대로다.

아무리 여행지에서 친해진 사이라고는 하지만 회사 대표에게 거리낌 없이 감자떡과 라면을 권하고, 단둘이 (데이트에 가까운) 여행할 배짱의 직원은 현실적으로 있기 어렵다.

어쩌다 호기롭게 한 번 ‘저질렀다’ 하더라도, ‘스캔들이 사실이냐’고 추궁하며 직원들이 둘러싼 상황에서 활짝 웃으며 “대표님, 저랑 라면 먹으러 가시죠”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없다.

진혁의 돈키호테 같은 이 성격은 ‘남자친구’의 스토리와 진혁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동안 지겹도록 많이 봤어도 돈키호테를 만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낯설고, 심하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송혜교와 박보검의 달콤한 로코를 기대한 시청자라면 4회를 지나는 이 시점에서 조금씩 실망할지도 모른다. 열한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에 사적으로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두 배우라 더 호기심을 자극한 이 로맨스, 전혀 달콤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두 배우의 만화 속 주인공처럼 예쁜 외모가 이 작품을 자꾸 로코로 이끄는 탓에, 제작진으로서는 애로 아닌 애로를 넘어야 할 과제가 생기기는 했다.

어쨌든 진혁은 동화호텔 안에서 감정을 절제하고 무표정하게 산 수현을 놀이터로, 바다로, 트럭 안으로 자꾸 끌어낸다. 그리고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울고 웃을 줄 알게 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할수록 돈키호테는 더 불길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제작진은 11일 “‘남자친구’는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수현과 가진 게 없는 평범한 진혁이 만나 일상을 나누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며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신분 상승에 대한 게 아니라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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