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공경·예의·배려·가족사랑등
인성의 대부분은 어린시절 형성돼
늦었다 생각말고 가정부터 점검을

▲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 교장

현직에 있을 당시 1학년 담임을 할 때 일이다. 소풍을 앞두고 ‘내 쓰레기 내가 가져오기’에 대해 설명하고 2주간 지속적으로 연습했다. 과자 껍질을 직접 봉지에 담아보기도 하고, 친구 쓰레기도 보이면 서로 주워 담도록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 실천해 주리라 굳게 믿으며 소풍을 갔다.

그러나 일정을 마치고 아이들이 앉았던 자리를 둘러보는 순간 실망하고 말았다. 평소보다 좀 줄긴 했지만 쓰레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로버트 풀검)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무엇이든 남과 나누어 가져라’ ‘남을 때리지 말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아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다시 배운다. 삶이란 우리가 배우는 것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여정이 아닐까?

퇴직을 남겨두고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기본부터 가르치고 싶었다. 교사의 힘으로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경험했기에 가정에 호소를 했다.

‘자녀교육 가정에서부터’라는 현수막을 조례대 위에 크게 걸어놓고,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부모 설명회 때 각종 모임이 있을 때 마다 협조를 당부했다.

‘부모님께 문안 인사드리기’ ‘조부모님께 안부 전화 드리기’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 대하기’ ‘신발정리 잘하기’

2년 동안 꾸준히 실천하도록 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칭찬과 함께 용돈을 많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흐뭇했다.

30년 전 이야기를 꺼내고자한다. 당시 근무했던 학교 옆 반에 항상 웃으며 골마루를 힘차게 뛰어다니던 1학년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갓난아기 때 엄마가 남의 집 대문에 두고 떠났다고 한다. 가족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아기를 방 가운데 눕혀놓고 의논을 했다. 이미 자녀들이 어느 정도 컸던 그 부모의 입장은 얼마나 복잡하고, 당황스러웠을까? 그때 중학생, 고등학생 아들들이 “엄마, 우리 집에서 키워달라고 한 아기를 다시 남의 손에 넘기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우리들도 함께 잘 돌볼게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그 아기는 귀여움을 받으며 잘 자라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잘 돌본다’던 대학생 형은 이따금씩 학교를 찾아 동생의 준비물도 갖다 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갖다 줬다. 봉사활동을 다닐 때마다 아이의 웃음과 그 형들의 따뜻함이 생각난다.

사람 만드는 교육이 없다고, 우리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치료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 같다.

북유럽을 여행하며 스웨덴에서 결혼식 축하연을 보게 됐다. 젊은이들이 비슷한 전통의상을 차려입었는데, 대부분 할머니가 입던 옷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새 옷을 입지 않아도 즐거워할 수 있고, 서로 수평적으로 지내는 인간관계, 귀천이 없는 직업, 입시 전쟁이 없는 교육,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들, 공직자들이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모습 등 참으로 부러운게 많았다.

인성은 대부분 가정과 초등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배우고 친구들에게서 배우고 교사에게서 배운다. 우리 주위에서 가족을 사랑하며 어른들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는 가정들을 들여다 보자. 늦었다고 생각하지말고 우리 가정부터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문안인사는 하나요?’ ‘식탁에서 잘 먹겠습니다라는 감사의 말이 오가나요?’ ‘하루를 시작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말 한마디라도 하나요?’ ‘1년에 한 번이라도 가족끼리 봉사활동을 하나요?’

사람은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가짐이 반듯하면 은연중에 자녀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자녀가 결혼해 살면서 힘든 풍랑을 만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부모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고 견디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자녀 교육은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고, 가정의 식탁에서 이뤄진다.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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