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장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물건을 꼽으라면 바로 제작 도구를 들 수 있다. 도구는 장인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해주는 물건이기에 재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교감할 때 더없이 좋은 옹기가 만들어진다.

옹기마을을 걷다 보면, 곳곳에 짤막하게 토막 난 나무가 물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무에선 하얀 진액이 빠져나와 있다.

더러 곰팡이도 쓸어 있다.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좋은 재료로 숙성되고 있는 과정의 일면이다. 그렇게 석달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옹기를 제작할 때 쓰는 도구를 만든다.

나무의 성질이 부드러워졌을 때 작업해야만 낫으로 손질하기에도 수월하고, 옹기작업을 할 때도 도구에 흙이 들러붙지 않아 편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주로 기름기가 있는 생소나무를 사용한다. 양지에서 자란 소나무보다는 음지에서 자란 소나무가 훨씬 더 단단하고, 손에 쥐었을 때도 무게감이 있어 사용할 때의 착용감이 좋다. 소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를 재료로 사용할 경우 사용 도중에 쉽게 부러진다고 한다.

▲ 장인의 도구들.

나무의 뿌리 부분을 도구의 머리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다듬는다. 도구의 손질은 까다로운 작업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싶어도 결코 끝난 작업이 아니다.

도구의 무게와 크기가 제 손에 맞지 않으면, 실제 옹기를 만들 때 도구의 모서리가 둥근 흙 표면에 부딪히면서 각이 지거나 움푹 파여버린다.

이때 장인은 도구의 문제점을 알아차리고, 옹기제작과 도구 손질 작업을 수없이 오고 가며 수개월 간의 수정 작업을 통해 실제 자기도구로 완성시킨다. 옹기도구(연장)는 장인 개개인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독창적인 제2의 손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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