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특위 비공개 회의서
‘무조건 삭감 발언’ 나와
지역 파급효과 의견무시
상임위 통과에도 삭감돼
울산시 소관부서도 삭감 황당

울산시의회가 울산시가 편성한 3조5939억여원 규모의 내년도 당초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표적심사’를 진행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시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수차례 내보냈던 특정 언론사와 관련한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선 사업의 목적이나 적절성 여부 등을 살펴보기보단 소위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식의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의회가 예산심의권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복수의 시의회 예결특위 위원들은 각 상임위원회로부터 회부된 울산시 내년도 당초예산안에 대한 예결특위 심사(11월6~7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경상일보와 관련한 사업 예산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예결위 심의는 속기사가 배석하지 않고 회의 영상도 촬영하지 않는 계수조정 단계로, 비공개 밀실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발언의 당사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고, 다른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도 삭감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시의원이 경상일보 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무조건 삭감방침을 주장한 것은 최근 시의회 의정비 인상과 관련한 비판적 보도 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지역·중앙언론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주도로 의정비를 인상하는데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본보는 지역여론을 감안해 타언론에 비해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인상방침이 철회됐고, 본보는 ‘싸늘한 민심에 백기…시의회 의정비 4년간 동결’ 기사(11월29일자 5면 보도)를 통해 의정비 관련 보도를 마무리했다. 당시 울산MBC 역시 의정비 인상방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이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 사이에서 경상일보와 울산MBC 등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고, 일부 의원은 소위 ‘두고 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사업의 경우 개최목적이나 배경, 취지 등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식으로 한 특정의원 발언과 함께 일부 민주당 예결특위 의원들이 삭감 분위기를 조성했고, 결국 다수당(9명 가운데 7명)인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대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의 취지나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며 예산을 삭감해선 안된다는 의원의 의견은 사실상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정가와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의정비 인상 비판보도의 여파로 경상일보·울산MBC 관련 예산삭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와 관련한 울산시 예산은 지난 12년간 태화강지방공원 일원에 국내외 설치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당시 울산에서는 척박했던 문화예술분야였던 ‘설치미술’의 저변확대에 기여한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2억4000만원), 시민들의 안전생활화를 위해 울산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2019 울산안전골든벨’(8000만원), 외래어종 퇴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베스낚시대회’(3000만원) 등이다.

이들 3개 사업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통과됐지만 예결특위 계수조정에서 상임위 결정과 정반대되는 전액 삭감 결정이 내려졌다.

특히 5개구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전문화 의식고취와 안전문화생활화를 위한 지난해 처음 개최돼 큰 호응을 얻은 ‘울산안전골든벨’ 행사는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울산시의 소관부서에 사업추진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설명도 듣지않고 전액삭감해 소관부서 관계자조차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다.

‘울산안전골든벨’ 관계부서인 울산시 시민안전실 정진택 실장은 “(안전골든벨 예산은)상임위에서도 크게 문제없이 원안통과돼 예결위에서 삭감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부서직원들도 뒤늦게 삭감소식을 듣고 당황해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시 본보와 함께 시의회에 비판보도를 쏟아냈던 울산MBC가 개최하는 울산서머페스티벌(7억원) 예산도 해당 상임위에서 전액 통과됐지만 예결특위 계수조정에서 2억원 삭감됐다.

예결특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경상일보 관련 예산에 대해 비판 의견을 쏟아냈고, 사업의 적절성 심사보다는 뚜렷한 명분없이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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