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환경을 바꿔 범죄를 방지하고 주민 불안감을 줄이는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 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효과는 익히 입증돼 있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이 서둘러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디자인을 범죄예방에 활용해왔다. 범죄가 주로 어둡고 외지고 지저분하게 방치된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역으로 환경을 밝고 따뜻하고 깨끗하게 개선하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에 착안한 디자인개선안이다.

유서가 깊은 마을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일원에서 셉테드가 추진된다. 울주군이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모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사업’에 ‘언양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호성’을 주제로 응모해 당선돼 지난 4월 시작된 사업이다. 준비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12일 군청에서 최종 보고회를 가졌고 올해 안에 실시설계를 완료한 뒤 내년에 시공과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셉테드 사업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단순히 범죄예방 뿐 아니라 관광활성화 효과까지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보고에 따르면 관광·역사·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셉테드라고 한다. 흩어져 있는 관광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는 관광루트를 설정하고 랜드마크인 언양읍성을 중심으로 위치의 직관성을 높이는 시계방위 시스템을 도입하는 관광자원 연계형이라는 것이다. 울주군은 “셉테드와 문화재를 연계한 전국 최초의 사례로 새로운 셉테드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일석이조의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나친 새단장으로 범죄예방은 차치하고 언양 특유의 고태미와 다채로움이 사라진 획일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 디자인은 언제나 최소한이 최대한(Less is More)이다. 셉테드는 범죄예방이라는 큰 목적을 가진 디자인으로 ‘감시기능 향상’ ‘공동체 강화’를 위한 ‘시야 확보’ ‘가로등 조도 조절’ 등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칙이 있다. 가로등과 안전펜스, 안내판 등에 특정 디자인의 페이트칠을 과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공연히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과유불급’이란 단어를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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