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년째 인상여파로

아파트 관리비 부담에 감원

무급 휴식시간 연장등 시행

인력 줄며 업무량 늘어 고충

최저임금 ‘희생양’ 지적도

▲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일부를 감원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또다시 지역사회에서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인원을 줄인다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 등 일자리를 옥죄는 탓에 정작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누구보다 누려야 할 사회에 낮은 곳에 위치한 이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에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정책이 이들을 고용불안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곳곳 ‘경비원 감원’ 공고

최근 울산 중구의 A아파트 게시판에 내년 1월1일부터 경비원 인원을 기존 6명에서 4명으로 감원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한달 후면 이 아파트 경비원 3분의 1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감원뿐만 아니라, 경비원들의 근무시간도 24시간에서 주간근무(오전 9시~오후 9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경비인력 감원 등의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들었다. 올해 16.4% 인상돼 시간당 7530원이던 최저임금이 내년에 또 10.9% 올라 8350원이 되면 이 아파트의 월 경비비가 현재보다 150여만원 상당 늘어나기 때문에 입주민 부담을 줄이고자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결정한 조치라는 것이다.

공고문을 본 한 아파트 주민은 “지난해에도 관리비 증가로 인해 경비원 감원 논의가 있었지만 현 인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현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지속적인 주민부담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이번 결정에 다소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남구의 B아파트도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을 내걸고 조만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미화 인력 재협의 건을 회의한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연말에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비원 감원 등을 논의했지만 그대로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아파트처럼 계속되는 최저임금 인상 추세에 올해는 감원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어 이곳 경비원들도 주민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경비원은 “경비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남은 경비원들의 노동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감원은 피했지만 경비원 1명이 1동을 맡았던 것이 최근 1명이 2개 동을 맡는 것으로 조정돼 업무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휴게시간 늘리는 편법 동원

당장 해고는 아니더라도 경비원들의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곳도 많다.

동구의 C아파트의 경우 지난 11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비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기존 주간 2시간, 야간 5시간의 휴게시간을 30분씩 늘리기로 한 것이다.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고용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이같은 방법은 지난해 연말에도 많은 아파트들이 활용했다.

문제는 무한정으로 휴식시간을 늘릴 수 없는데다, 현 정부 방침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꾸준히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특히 무급 휴식시간을 강제로 늘리는 만큼 정작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봐야 할 경비원들은 인상의 효과를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실제로 휴식시간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휴식시간이라고 자리를 비워도 주민들이 택배 등의 민원 때문에 경비원을 찾기라도 하면 업무를 해야한다. 오래되거나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는 이렇다 할 휴식공간도 없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정작 경비원은 편히 못쉬어

북구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최근 경비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휴게시간이 지난해와 비교해 30분에서 최대 8시간까지 증가했지만,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근무지를 벗어나 마음껏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결국 휴게시간 증가는 경비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늘어날 인건비를 낮출 사용자 입장의 편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박기옥 북구비정규직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경비노동자나 청소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은 최저임금이 올라야 생계 유지가 가능한 사람들이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파악에 나서야한다. 또 용역이 또다시 용역을 주는 현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 최저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경비원같은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인식개선과 아파트 입주민 등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아파트 관리비 100여만원 늘어나도 입주민이 부담해야 할 관리비는 몇백~몇천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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