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팽팽한 긴장국면을 이어가던 북핵사태에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6자회담 수용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아직은 외교경로를 통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 외무부의 공식성명 형태를 취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핵 회담의 진전을 시사하는 발언은 미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북측의 핵심 요구사항인 체제보장 문제에 관해 다양한 검토가 진행중임을 밝혀 북-미 양측과 주변국들간 모종의 물밑절충이 상당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빠르면 이달중 회담개최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어 북핵사태의 결정적 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미 양자담판을 주장해온 북한이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 수용쪽으로 돌아서게 된 정확한 배경은 아직 확실치 않다. 6자 회담이 북-미 양측간 사전담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인지, 미측이 북핵문제의 안보리행을 확실히 유예하는 것인지 주변상황도 분명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북측의 벼랑끝 협상전술과 미측의 강경일변도 전방위 압박전략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온 북핵문제에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는 기류가 되살아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제기된 한반도 위기설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희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북핵의 검증가능한 완전 폐기와 북한 체제보장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협상과정에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민감한 난제들이 곳곳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6자회담은 북핵해결의 종착점보다는 출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이다. 미국이 문서화를 꺼리는 북한 체제보장이라는 해법에 두 나라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핵폐기 과정에 미국뿐 아니라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감시와 검증체제가 이뤄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6자회담의 정신을 확장해나가면 북핵위기 해소이후 북한의 대외개방과 주변국과의 공존의 구조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 위기설의 해소, 공사중단 위기인 경수로 사업의 원활 등 북핵사태를 둘러싼 국가적 고민이 일시에 해결되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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