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세계 에너지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총칼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경제성장의 중심축이 IT(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에서 그린에너지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함은 당연지사다. 이를 위해선 수소,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이고 1인당 연간 배출량도 11.9t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위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울산 에너지위원회가 발족했다.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필자가 속한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과 한국석유공사, 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혁신도시에 안착한 에너지 관련 기관, 그리고 울산대학교, UNIST 등 대학교수와 한국수소산업협회도 총망라됐다. 시에서도 시의원과 관련 부서장이 포함돼 산·학·연·관·정 협력체계가 그 어디보다 확실하게 구성됐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원의 면면보다는 각 기관들의 역량을 어떻게 최대한 결집시켜 어떤 액션플랜을 도출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날 심민령 에너지산업과장은 ‘울산광역시 주요 에너지정책 성과 및 향후 계획’ 발표를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 육성, 태양광 보급 확대, 수소허브 구축, 가스허브 구축,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차세대 전지산업 육성, 원전해체산업 육성, 에너지전담기관 설립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2026년까지 2400만 배럴 규모의 세계적인 석유 물류기지를 조성하는데 약 1조9000억원이, LNG 저장시설과 벙커링 기반시설 등을 구축하는데 3조7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수소자동차 천대와 수소배관망 40㎞, 수소충전소 13기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850㎿ 등을 설치하는데 총 4조7000억원을 예상했다. 이 외에도 2028년까지 부유식 풍력 1GW 설치비용 10조원, 2030년까지 태양광 4.2GW 설치비용 6조원, 2GWh 에너지저장장치 8000억원 등 신재생에너지 허브 구축사업에 모두 16.8조원을 예상했다.

필자는 토론에서 울산이 수소산업진흥원을 반드시 유치해야 함을 강조했다. 울산만큼 수소인프라 역량을 잘 갖춘 곳은 없다. 또한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세적 흐름이다. 현재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 사업은 환경부,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은 국토부, 수소산업 연구개발 및 안전 분야는 산업부에서 각각 주관하기에 수소산업의 전반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추진체계는 마땅히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정부정책의 효율적이고 연속적인 추진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로서 수소산업진흥원 설립에 관한 법률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울산이 2030년까지 미래 에너지허브 도시로 부상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모두 27조원이다. 이런 막대한 예산을 전담하는 에너지 부서를 보다 전문집단으로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산업은 대부분 신산업이기에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시민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 홍보 강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혁신성장의 핵심주체는 R&D(연구개발)와 인재 양성이다. 울산은 이 부분에 약하다. 그러므로 미래지향형 에너지특성화대학(가칭) 설립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혁신성장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이 에너지허브 도시로 거듭 나기 위한 큰 그림은 그려졌다. 그러나 주력산업의 동반성장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 바탕에는 주력산업이며 제조업이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력산업의 고도화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방향이 잘 정해졌다면 그 다음은 속도 조절이다. 그 많은 사업들을 동시에 다 잘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장기 로드맵에 따른 속도 조절은 방향 설정 못지않게 중요하다. 탈원전도 마찬가지다. 인생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처럼.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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