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최근 울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경상일보와 관련한 울산시 예산을 대거 삭감(본보 12월12일자 5면, 13일자 3면 보도)했다. 본사가 예산을 지원받아 12년째 태화강 일원에서 국내외 설치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시민들의 안전생활화를 위해 울산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2019 울산안전골든벨’, 태화강의 외래어종 퇴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배스낚시대회’ 등이다.

이들 문화사업들은 시의회가 예결위원회에 앞서 진행한 상임위원회 예산심사에서 결격사유가 없어 원안통과한 사업들인데 예결위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집행부의 의견을 거의 듣지 않고 전액 삭감했다. 물론 언론사 예산이라고 시의회의 예산심사에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본사도 이를 알기에 시의회에 이들 사업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해왔다. 본보가 이번 예산삭감을 사적인 감정에 의한 ‘보복성’으로 보는 이유는 객관적인 여러 정황에서 나타난다. 단적으로 본보와 한 방송사를 제외한 울산지역 신문방송의 타 언론사 예산은 일절 손대지 않았다. 경상일보만 유독 3개사업에서 예산이 전액삭감될만큼 ‘밉보일’ 이유는 백번 자숙하고 찾아봐도 알 길이 없다.

본보는 이번 예산삭감 배경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시의원으로부터 “(경상일보 관련 울산시 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에서) 특정세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다른 시의원에게 확인하면서 “경상일보 예산 삭감과 관련해 특정세력이 주도한 게 맞냐”고 물었더니 “민감한 사안이라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말을 하게 되면 (경상일보와 시의회간)감정이 쌓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얘기를 못하겠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들 의원들은 이번 삭감과정에서 특정세력의 의견에 부합하지 않는 개인의견은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였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이런 정황을 ‘노코멘트’로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본보는 이들 사업의 삭감사유를 파악하기 위해 예결특위의 공식회의 영상을 봤다. 국제설치미술제와 배스낚시대회와 관련해선 울산시가 짧막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고, 안전골든벨과 관련해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비공개 밀실회의인 계수조정에서 이들 3개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물론 계수조정에서 해당 상임위원들이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사업설명을 했다고 하지만 이는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한국당 예결위원이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제미술행사이고 행사의 의미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의회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은 한 예결특위 위원의 발언이 머리속에 맴돈다. 이 위원은 “(누가 주도한 지 모르지만)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경상일보 관련 예산에 대해 비판 의견을 쏟아냈고, 사업의 적절성 심사보다는 뚜렷한 명분없이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시민들이 부여한 가장 중대한 책무인 예산심의권을 공평 또는 형평의 원칙 없이 사적인 감정으로 의회권력을 남용한다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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