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정의 견제와 예산심의다. 어떤 이유로든 의회의 견제 기능이 마비되면 올바른 시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집행부와 의회가 예산으로 짬짜미를 하려들면 세금낭비까지 초래된다.

울산시의회는 여당이 다수다. 전체 의원 22명 가운데 17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물론 이는 울산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20여년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지방정부와 의회가 달라져야 한다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주민의 입장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해달라는 요구다. 그런데 마치 집행부와 의회가 한편이 돼서 시정과 예산을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오해를 한 듯하다.

울산시가 내년도 의회 정책보좌관제도 시행을 위한 예산을 1억6500만원을 편성했다. 정원 제한은 없고 예산 범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선 6급 1명에 7급 3명의 공무원을 시간선택임기제로 뽑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에 각 1명씩 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산은 애초 울산시 예산편성안에 없던 항목이다. 11월 중순 갑자기 만들어졌다. 울산시가 의원들이 반대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와 거래를 한 것으로 짐작하는 이유다. 울산시 조직개편안은 임명직인 행정부시장과 개방형인 경제부시장의 업무가 불합리하게 조정된다고 해서 의회가 반대해온 사안이다. 조직개편안과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 채용이 들어 있는 예산안은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의회의 임기제 공무원 채용을 통한 보좌관제도 시행은 법적으로도 엄연히 편법이다. 지난 7월 경기도의회가 조례개정으로 유급보좌인력을 운영하려고 했다가 법령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어떠한 사유나 직원, 인력, 유형을 불문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방의원 개인 보좌인력을 채용 또는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자치단체에 보냈다.

더 큰 문제는 의원 보좌관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업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보좌관을 둘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전문위원실에는 이미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기도 하다. 게다가 민선 7기 들어 공무원 숫자도 증가한데다 시의 재정도 유래없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는 곧 울산시가 정책보좌관제도를 반대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울산시는 임기제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벌어질 ‘의원들의 압력’까지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예산을 편성을 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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