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 좇던 1970년대 배경
송강호 특유의 섬세한 연기 눈길
우민호 감독 ‘마약왕’ 19일 개봉

▲ 영화 ‘마약왕’ 스틸 이미지.

마치 잘 차려놓은 뷔페 같다. 국내 티켓파워 1위 배우인 송강호부터 웬만한 영화의 주연을 맡을 만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합류했다. ‘내부자들’로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쥔 우민호 감독이 총지휘를 맡아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1970년대 부산.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한 하급 밀수업자 이두삼(송강호)은 필로폰 수출에 눈을 뜬다. 특유의 눈썰미와 빠른 판단력을 지닌 그는 국내에서 필로폰을 제조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상표를 붙여 일본으로 수출하고 마약업계 거물로 떠오른다.

그의 성공을 추동한 것은 개인적 욕망이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전화 한 통 넣을 만한 든든한 뒷배를 가지겠다는 욕망은 그를 물불 가리지 않고 위험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수출과 반일은 애국 행위가 되고,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물질적 풍요를 쫓던 시대 상황도 그의 욕망을 부추겼다.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초반 특유의 코믹 연기부터 부가 쌓일수록 서서히 예민해지면서 난폭해지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마지막 20분간 모노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약에 취한 연기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한다.

이두삼의 성공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남편의 불법을 알고도 눈감는 아내(김소진), 마약 사업 입문을 돕는 동업자(이희준), 로비스트(배두나), 마약감시과 비리 형사(이성민), 사촌 동생(김대명), 이두삼을 일본 야쿠자와 연결해주는 조폭 보스(조우진) 등 금전 관계 등으로 얽힌 수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충무로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저마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낸 뒤 소리소문없이 퇴장한다. 캐릭터의 향연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다 보니 전체적인 응집력을 떨어뜨린다. 이두삼을 위한 소모품, 인생의 들러리 정도로 그려지는 점도 아쉽다.

이두삼과 마지막까지 스크린을 지키는 인물은 정의를 외치는 열혈 검사 김인구(조정석)다. 조정석이 호연했지만, 무게중심은 송강호 쪽으로 확연히 기운다.

1970년대를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영화 내내 흐르는 70년대 팝 음악과 클래식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범죄나 약물 묘사의 수위는 꽤 높은 편이다. 19일 개봉. 청소년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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