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책보좌관 역할의

임기제공무원 채용 예산안

市 조직개편안과 거래 정황

채용비리·시민 반발 우려에

市 부정적 입장→돌연 편성

울산시의회가 집행부의 조직개편안을 볼모로 삼아 사실상의 ‘정책보좌관제’를 추진한 정황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광역의회의 정책보좌관제 자체가 법과 정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시의회는 법을 회피하기 위해 우회적인 편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2019년 시 당초예산에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 채용’ 사업비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이 편성됐다. 임기제 공무원은 정원제한이 없고 예산범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시의회는 총 4명의 임기제 공무원을 뽑아 의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별로 각 1명씩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예산편성을 두고 울산시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가 법령에도 없는 ‘정책보좌관제’를 이미 도입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울산시는 예산안 검토단계에서부터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市 부정적입장→예산편성 왜?

울산시가 반대한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적법성, 채용비리 우려, 시민 반응 등이다.

먼저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정책보좌관 임용에 대한 근거가 없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행안부는 지난 7월 전국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각 지방의회는 사유나 직원인력 유형을 불문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방의원 개인 보좌인력을 채용 또는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지침을 내렸다. 또 “일부 자치단체가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지원인력을 편법으로 채용할 우려가 있다”며 지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행안부가 지침을 내린 시점은 대법원이 경기도의회가 조례 개정으로 추진하려 했던 유급 보좌인력 운영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결(7월11일)한 직후다. 울산시의회가 임기제 공무원이 상임위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원 개인에 대한 보좌는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지방의회 유급 입법보조원 채용공고를 둘러싼 서울시와 행안부간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행안부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정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지방의회의 정책 보좌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 국회 통과라는 높은 벽과 1년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다. 이같은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울산시는 예산을 반영하는 검토단계에서 법적 적정성을 우려한 것이다.

◇‘시의회도 보은인사’ 우려감 팽배

채용비리 우려와 조직관리의 애로도 울산시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공을 세운 인물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정가안팎에서 돌고 있다.

울산시 총무과 주도로 채용절차가 이뤄지지만 시의원들이 보좌관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개입할 여지가 다분하다. 또한 울산시 소속이지만 임기제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지 애매해진다. 이미 전문위원실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어 업무의 중복성도 문제점이다. 특히 시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의문점을 뒀다. 시민감정과의 괴리를 우려한 것이다. 일부 시의원들의 일탈행위로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깔려있다. 게다가 보좌관의 개인비서 전락에 대한 우려, 보좌관의 지역구 관리인원으로의 전락, 예산낭비 등의 이유로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울산시의 이런 부정적 입장에도 내년도 당초예산에 사업비를 편성해 확정된 전후과정이 석연치 않다. 복수의 울산시 고위공무원에 따르면 시의회가 임기제 채용을 관철하기 위해 울산시의 조직개편안을 볼모로 시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조직개편안-임기제 예산 딜 정황

시는 경제부시장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개편안을 짜 지난 10월30일 입법예고했다. 당시 시의회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반발했다. 의견수렴 미흡과 정무직인 경제부시장의 권한 확대가 주요 이유였다. 반발은 11월13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11월15~17일 황세영 시의회의장은 정책기획관실에 시간선택임기제를 비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기획관실은 조직개편을 담당한 주무부서다. 그러나 임기제 공무원 채용은 정책기획관실과 관계가 없다. 예산담당관실이 예산만 반영해 주면 된다.

두 부서를 총괄하는 시 기획조정실장이 나서 시의장과 협의했고, 직후 당초예산편안에 없던 임기제 예산을 갑작스레 편성해 시의회 심사에 넘겼다. 시의회는 ‘셀프심사’를 거쳐 지난 10일 3차 본회의에서 원안가결했다. 울산시 조직개편안은 지난 14일 4차 본회의에서 원안통과됐다.

문제는 시회의의 요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울산시는 6급 1명에 7급 3명을 뽑기로 하고, 예산을 확정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3명을 5급, 1명을 6급 상당으로 채용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는 다음 추경에 5급 수준에 맞게 증액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황세영 시의회 의장은 “기획조정실과 이번 예산안을 협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개편안을 볼모로 예산안을 관철시킨 것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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