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어느 곡 끝나고 입장 시킬까요?” 공연 전에 공연장 매니저가 지휘자나 연주자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다. 늦게 온 관객들을 위한 ‘배려 입장’을 언제할 것인가를 의논하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서나 지각하는 관객은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위해 대개 첫 번째 스테이지가 끝난 적절한 시점에 잠시 객석을 오픈한다. 하지만 연주자로서는 일찍 와서 음악 감상에 몰입해 있는 관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오라토리오나 칸타타를 연주할 때는 그 미안함이 커진다. 적어도 인터미션까지는 내용이 연결되고 음악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정시에 입장하여 음악의 세계에 들어와 행복감을 느끼던 관객들에게 정말 미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때론 연주자도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감정몰입도가 낮아져 연주가 힘들지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2차 관객입장을 위한 배려는 공연장 소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조금 늦게 온 대부분의 관객은 공연장 로비에 있는 모니터를 보며 중간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입장하는 것을 음악회장 매너로 알고 있으며 공연장 운영진들도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 중 한, 두 명의 관객이 “내가 얼마짜리 표를 샀는데, 조금 늦은 거 가지고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고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있은 후로 한 두곡이 끝난 뒤 입장을 시켜주는 관습이 생겼다.

며칠 전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오라토리오 연주회 때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네 곡을 연주한 후, 늦게 온 관객들을 입장시켰다. 적당한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해 다음 곡을 연주하기 위해 연주자가 일어섰다. 그런데 아직도 한 관객이 객석의 정면에 있는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고, 연주자는 그의 착석을 기다리다 못해 다시 자리에 앉고 말았다.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한명의 관객으로 인해 정말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늦게 온 관객을 배려하는 것도 좋으나 다른 사람의 음악감상은 물론 연주를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배려 입장’ 시간을 보다 엄중하게 정해야 하고, 그 시간이 설령 인터미션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입장하는 원칙이 지켜졌으면 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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