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에게 지급되는 봉급격인 의정비 인상을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여론에 굴복한 울산시의회가 사실은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울산시의회의 의회비는 19억549만원이다. 이를 22명 시의원들 1인당으로 나누면 8661만원이 된다. 금액으로는 서울시(8905만원) 다음으로 많다. 일반회계세출예산에 대비하면 0.070%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금액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울시도 일반회계세출예산 대비로는 0.042%에 그친다. 울산 다음으로 높은 대전시도 0.054%에 불과하다. 꼼수로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다가 본보를 비롯한 언론과 여론의 화살에 하는 수없이 동결을 결정하고는 예산심의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화풀이를 해온 시의원들의 행태가 얼마나 정당성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회비는 의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포함한 의정비와 공통경비를 1인당으로 나눈 비용을 합산한 것을 말한다. 울산시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받는 의정비(월정수당+의정활동비)는 5814만원이지만 그 외에 업무추진비, 국내·외 연수비, 역량개발비, 의원 식비 등이 별도로 책정돼 있어 이를 개인별로 나누면 2847만원이 직·간접적으로 더 들어가는 셈이다.

여론의 비판에 따라 의정비를 동결한 내년도에도 의회비는 올해 대비 3200만원이 늘어난 19억3765만원이 편성돼 있다. 시예산이 증가한 탓에 일반회계세출예산 대비 0.004% 줄어든 0.066%를 차지한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변모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제조업 취업자는 31개월째 감소세이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인구도 3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의회비 인상에 집착하고 있는 의회를 시민들이 얼마나 신뢰할는지 의문이다.

의원들이 예산을 전액삭감함으로써 사라지게 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예산은 2억4000만원이 편성돼 있었다. 지역경기를 고려해 지난해보다 5000만원을 낮추어 편성한 것이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국내외 작가 30여명에다 지역대학생들까지 합치면 10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작품비용을 고려하면 턱없는 예산이지만 전국 유일의 국제설치미술제라는 대의에 공감해 작가들이 기꺼이 참여해온 덕택이다. 울산시민 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관람객들이 찾아올만큼 울산의 대표하는 문화행사가 됐다. 포털(네이버)에 국제설치미술제를 검색하면 블로그 글이 4000건이 넘는다. 50여년 역사의 처용문화제는 2400여건에 불과하다. 의정비 인상에 매몰돼 울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시민들의 요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의회가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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