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판매부진 실적쇼크에
지역 차부품업계는 생사기로 내몰려
미래차에 눈돌려 새 활로 개척해야

▲ 김창식 경제부장

2018년 무술년 한해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냉혹한 ‘혹한기’를 보냈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가 개화되면서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의 판매부진에 실적쇼크를 기록했다. 한때 10%를 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3분기 1.2%로 곤두박질 쳤다.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곧 부품업계를 실적 악화­경영위기­고용 감소­부품산업 생태계 붕괴위기로 몰아넣었다.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밀물이 빠져나간 자리엔 상흔이 가득했다

지난 6월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 충격을 줬다. 약 300곳인 현대차 1차 협력사 가운데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는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처음일 정도로 충격파는 컸다. 이원솔루텍 등 3개사도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2차 협력업체인 에나인더스트리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 7월 부도가 났다.

현대차가 위치한 울산의 경우 북구 매곡·중산지방산업단지, 모듈화단지, 달천농공단지 등 국가 및 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한 소규모 자동차 부품업계의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업체가 속출했고, 공장 문을 닫은 소규모 영세업체도 줄을 이었다. 자금난에 경영위기로 부도설도 계속 흉흉하게 나돌았다.

생사기로에 내몰린 자동차 부품업계는 급기야 지난 10월22일 3조원의 규모의 긴급자금 수혈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업계의 절박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품업계 건의 한달여 뒤인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생산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수년째 이어지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침체 여파로 인한 부품업계의 일감도, 일자리도 쓸물에 다 떠내려 간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한동안 논란이 됐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절박한 요구에도 정부의 대응이 두달여나 늦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18일에야 자동차 부품산업에 ‘3조5000억+α’의 재정지원과 함께 친환경차의 대폭 증산이라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공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2022년 누적 수소차 보급목표를 1만5000대에서 6만5000대로 늘리는 등 국내 친환경차 생산비중을 현재 1.5%에서 2022년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계가 처한 상황이 ‘썰물’이었다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대의 도래는 차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밀물’에 비유할 수 있다.

수소차는 현대차가 선봉에 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전지 2공장 기공식에서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공개하면서 수소차시대의 전환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아울러 경영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자동차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총 1조6728억원을 지원하는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함께 발표했다.

미래차 시대의 도래는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업계에겐 위기이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무한대의 기회요인임은 틀림없다. 자동차 산업에 초대형 밀물이 들어오는 형국이지만, 업계는 노를 저을 준비가 안돼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자동차 도시 울산만 하더라도 전기차나 수차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도, 연구개발하는 업체도 몇 안된다. 2­3차 협력업체들은 자금사정도, 업종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울산이 미래차 시장에 선도적으로 나아가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R&D 지원 등 관련 기술개발에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물 들어온 미래차 선점을 위해 힘차게 노를 저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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