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차장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생활고로 세상을 등진 고(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또 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어 다양한 사업들을 시행하는 등 여러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저성장과 여러 재정상황들을 보았을 때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예산확보가 얼마만큼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또 현재 예술인들에게 크게 와 닿는 복지사업 또한 많지 않다. 대게 단위사업이 주를 이루고 자격검증에 대한 기준도 여전히 명료하지 않다. 그렇다면 한정된 예산 속에서 아직 갈 길이 먼 예술인 복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예술 지원제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술 지원은 가치에 대한 투자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 예술 지원은 예술인 복지와 기묘하게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애초에 예술 지원을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다수를 위한 나누기 정책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에 여타 복지정책과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예술 지원 제도가 시행된 지 반세기 가까이 지났음에도 그간 국가의 경제성장과 여러 환경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예술 지원은 예술인 복지와 엄연히 다르다. 현재와 같은 예술 지원과 예술인 복지정책의 어색한 동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 지원과 예술인 복지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해답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예술 지원에 투자되는 예산을 과감히 예술인 복지로 이양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주도하고 길들이는 예술 지원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예술인 복지에 맞춰져야 한다. 현재 단위사업 위주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복지정책은 지양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진정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기존의 예술 지원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해답은 바로 민관 협치에 있다. 그리고 그 기본은 민간후원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부관련법에 의해 예술 후원 시 세액공제 등 혜택이 있지만 기타 복지 분야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이 없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은 예술 후원보다 기타 복지 분야에 후원하고, 기업들은 자체 재단을 설립하거나 행사 위주로 후원하고 만다. 예술 후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의 예술 후원은 시민들에게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접근성을 해소하고, 기업들에게는 기업홍보와 공유가치 제고에 실질적인 혜택이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예술 후원, 여기에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가미된다면 시민과 기업들의 관심은 물론 예술가들 또한 더욱 활발히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순 없다. 하지만 무엇 하나 명확히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예술 지원제도의 혁신을 바탕으로 예술인 복지에 집중해야 한다. 민관 협치를 통한 예술 지원과 공공 주도의 예술인 복지가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공유가치가 창출될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 정책이 구현될 것이다.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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