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울산지역에 각종 사회봉사단체로 등록되거나 그 명목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숫자는 어림잡아 수백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저런 목적을 띤 사회봉사단체들이 존립 취지와 이념에 걸맞지 않게 거창하고 호화스러운 이·취임 행사를 치르고 있어 시민들의 눈총을 받거나 일부 뜻있는 참석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예컨대 호텔 행사장에 수십여개의 화환이 즐비하고, 화려한 이벤트와 고급 뷔페 음식 등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이러한 행사를 목격하거나 전해들을 때마다 굳이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요란스럽고 형식에 치우치는 전시용 행사를 해야만 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결론은 우리들의 그릇된 생각과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아직도 권위주의나 형식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과시욕이 팽배한 이유 때문이다.

 탈 권위주의, 탈 형식주의를 외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이다. 많은 봉사단체가 있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단체이거나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살아남을 수 없는 그런 치열한 경쟁과 변혁의 물결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급속도로 사회문화가 변하고, 새롭게 이행되는 과정에 있다고 볼 때 우리들의 의식과 생각,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에 와서 리더의 역할모델도 바뀌고 있으며, 과거의 리더유형이 이 시대에는 맞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권위가 있는 리더십이나 희생을 강요하는 리더십이 물러가고 자율과 분권을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십과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이 선호되고 있다. 즉,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벤치마킹에 능한 리더가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환경 아래에서는 사회봉사단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봉사단체의 리더가 이·취임하는 행사장이 초호화판 행사라야만이 권위가 선다든지, 위세를 드러내 보여야만이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직 내실이 있는 행사와 드러나지 않는 봉사활동으로 봉사단체 본연의 제 모습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근래에 와서 사흘이 멀다하고 세상을 비관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식이 지면을 채운다. 그 중에서 유난히 주부들이 자살사건이 잦게 실리고 있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부분이 생활고 때문에 죽음을 택했고 울산에서도 밤새 두세건을 기록하는 우울한 소식을 접한 것이 바로 며칠전인 듯하다.

 일회성 행사에 즐비하게 줄지어선 화환들, 어림잡아도 수백만원의 거금이 잠깐 순간에 쓰레기로 처리돼야 하는 화려함의 한쪽에서는 생활비 때문에 목숨을 버려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는 것을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허례와 허식으로 사회와 이웃을 위해 내걸었던 사랑과 봉사의 의미가 자칫 부끄러운 행사로 얼룩지지 않게 스스로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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