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골프의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위타빅스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60만달러)을 제패,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반면 생애 다섯번째 메이저 왕관을 노리던 박세리(26.CJ)는 마지막홀 뼈아픈 보기로 소렌스탐에 1타차 우승을 내줬다.

 소렌스탐은 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랭커셔주 블랙풀의 로열리덤&세인트앤스골프장(파72. 6천308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박세리(279타)를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소렌스탐은 US여자오픈, 나스비코챔피언십, LPGA챔피언십에 이어 이 대회마저 석권,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팻 브래들리, 루이스 석스, 미키 라이트, 줄리 잉스터(이상 미국), 카리 웹(호주)에 이어 6번째.

 소렌스탐은 메이저 우승컵을 모두 6개로 늘렸고 통산 승수는 46승이 됐다.

 특히 소렌스탐은 US오픈 이후 다소 처지는 듯 했던 페이스를 이번 우승으로 다시 끌어 올리는 계기를 만들었고 시즌 4승으로 다승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 독식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와 함께 소렌스탐은 94년, 95년에 이어 99년 등 모두 3차례나 이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이날 1타도 줄이지 못해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박세리도 소득이 없지 않았다.

 지난 4월 시즌 2승을 따낸 뒤 다소 흔들렸던 샷이 살아나 언제든 정상에 오를수 있는 기량을 과시했고 시즌 상금 100만달러(현재 96만958달러) 돌파도 눈앞에 두게 됐다.

 최근 부쩍 실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향상된 박지은(24.나이키골프)은 2언더파 70타로 선전,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카리 웹(호주)와 함께 공동3위를 차지, 이 대회최고 성적을 남기는 성과를 거뒀다.

 또 상금 9만9천563달러를 더한 박지은은 소렌스탐에 이어 2번째로 시즌 상금액1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박세리-소렌스탐, 박지은-웹 등 슈퍼스타끼리 맞대결을 펼친 이날 최종 라운드는 마지막 18번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이었다.

 초반에는 파트리샤 므니에-르부(프랑스), 웬디 워드(미국) 등 챔피언조 선수들과 소렌스탐, 박세리, 그리고 웹 등 5명이 혼전을 벌였다.

 선두를 주거니 받거니 팽팽하게 이어지던 승부는 워드가 9, 10번홀 연속 보기로떨어져 나간데 이어 웹도 10,11번홀에서 내리 2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르부 역시 14번홀까지 4타를 잃어 박세리, 소렌스탐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라이벌답게 박세리와 소렌스탐은 11번홀부터 마치 매치플레이를 치르듯 숨막히는 우승 각축을 계속했다.

 먼저 기선을 잡은 쪽은 11번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떨구며 단독선두로 치고나간 소렌스탐.

 하지만 이에 질세라 박세리도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 앞에 떨어뜨린 뒤곧바로 공동선두에 합류했다.

 소렌스탐이 15번홀(파5)에서 다시 1타를 줄여 달아나며 장군을 불렀지만 박세리는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멍군을 불렀다.

 특히 박세리는 17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트린뒤 높은 벙커턱을 넘겨 홀 50㎝에 붙이는 묘기를 선보였고 기가 죽은 소렌스탐은 2m 짜리 버디 찬스를 놓쳤다.

 그러나 박세리는 연장 승부가 예상되던 18번홀(파4)에서 페어웨이 우드 티샷을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집어 넣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명암이 엇갈렸다.

 전날 3라운드에서도 18번홀 티샷을 벙커에 빠트려 선두로 나설 기회를 잃었던박세리는 페어웨이 왼쪽으로 볼을 날렸지만 나흘 동안 건조해진 딱딱한 페어웨이에튀긴 볼은 야속하게도 턱이 높은 항아리 벙커에 굴러 들어갔다.

 그린 전방 100야드 지점으로 볼을 꺼낸 박세리는 신중하게 세번째샷을 때렸으나볼은 생각보다 짧아 3m 거리의 까다로운 파퍼트를 남겼고 소렌스탐은 시원하게 페어웨이를 가른 드라이브샷에 이어 2.7m 버디 기회.

 박세리의 파퍼트는 홀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나 버렸다.

 소렌스탐은 가볍게 2차례 퍼트로 우승을 확정짓고 두 팔을 번쩍 들어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했다.

 소렌스탐은 『정말 진땀나는 경기였다』면서 『그토록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을 안게 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소렌스탐은 또 『다음 목표는 그랜드슬램(한해에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마지막 티샷은 바운스가 나빴다. 내겐 불운이었고 페어웨이 벙커에빠졌으니 사실상 벌타를 받은 셈이었다』면서 『소렌스탐은 대단한 선수』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한편 김영(23.신세계)은 소리없이 차근차근 타수를 줄인 끝에 2언더파 70타로 4라운드를 마치며 합계 3언더파 285타로 9위에 올랐고 박희정(23.CJ)은 이븐파 72타로 버텨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10위를 차지,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입상하는 「코리언 파티」를 다시 한번 연출했다.

 1언더파 287타(공동14위)의 장정(23), 1오버파 289타(공동19위)의 한희원(25.휠라코리아)도 링크스코스 데뷔무대에서 나름대로 뜻깊은 성적을 올렸고 강수연(27.아스트라), 양영아(25)는 2오버파 290타로 나란히 공동2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맏언니 고우순(39)은 8오버파 296타로 공동54위에 그쳤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웹은 15번홀(파5)에서 2m도 채 안되는 거리의 이글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퍼팅이 홀을 돌아 나오면서 추격의 실마리를 잃었고 결국 2타차를 공동3위로 분루를 삼켰다.

 임신 3개월의 몸으로 3라운드 단독선두로 올라섰던 므니에-르부는 4오버파 76타로 부진, 합계 6언더파 282타로 5위로 밀려났다.

 전날 박세리와 함께 공동2위에 나섰던 워드도 4타를 잃어 합계 5언더파 283타로공동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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