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유서로 본 정몽헌 회장의 최근 심경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 직전 남긴 유서는 구체적인 자살동기를 담고 있지 않지만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애착과 착잡했던 최근 심경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정 회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가족들에게 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며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애착과 미련을 보였다.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던 대북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염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인에게 남긴 유서중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는 구절은 자신이 생전에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저승에서나마 지켜보겠다는 간절한 희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또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주기 바랍니다"라고 언급, 대북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자신의 과거 행적을 참회하고 자괴하는 듯한 심정도 밝혔다.

 김대중 정부 말기 불거진 현대측의 5억달러 대북 송금 의혹과 2000년6월 남북정상회담의 관련성에 대한 특검의 대북송금 수사로 대북사업의 순수성이 의심받고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최근 3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견디기 힘든 심리적 충격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딸에게 보낸 유서에서 "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사랑해"라고 적어 회사와 자신을 둘러싼 파문이 가족들에게까지 미친 것과 관련해 가장으로서 견디기 힘들었던 속내도 내비쳤다.

◇정회장 미공개 유서 어떤 내용일까

정 회장이 남긴 유서가 완전 공개되지 않아 "대북송금 및 비자금 사건"에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서의 종류는 모두 세가지로 정 회장이 현대 계동 사옥에 도착해 자살하기 전 1시간여 사이에 급하게 작성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정 회장의 유서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 1장, 현대 임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1장, 그리고 부인과 자녀들에게 보내는 2장 등 모두 A4용지 4장으로 봉투 3개에 각각 넣어 밀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현재 공개된 내용은 유서의 일부분 뿐이다.

 경찰은 정회장 유족과 그 변호사측과 협의해 공개여부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중 가족에게 보내는 유서는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각각 현대 임직원과 현대아산 김 사장에게 보내는 것이어서 유서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서에 쓰인 글씨는 매우 크고 갈겨 쓴 필체로 돼 있고 3일 밤 자정께 회사에 들어가 1~2시간 사이에 급하게 작성한 것으로 추정돼 대북송금 및 비자금 사건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거칠지만 가감없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으며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유족과 변호사 측과 공개여부를 협의하고 있다"며 "결정되면 정확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일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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