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리기만 한 다사다난했던 한해
나부터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통해
과욕은 버리고 일상속 위기에 대처하길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아주 생소한 단어이지만 ‘항공사고 전문용어’ 중에 CIFT(시피트,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란 말이 있다. 정상적으로 비행 중이던 항공기가 조종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면이나 산, 물 등의 장애물을 향해 비행하여 충돌하는 사고를 뜻하는 용어로 ‘실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위험을 눈치 채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조종사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하니 위험천만하고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직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현재도 ‘CIFT(시피트)’는 진행형이며 국가나 기업, 개인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건, 사고가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고나 화재 등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규명이 어렵거나 복합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나 확인의 결여, 또는 순간적인 방심이나 착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올해 겪은 일들이 마치 ‘데자뷰’처럼 전혀 낯설지 않음은 왜일까. 일상 속의 무관심과 사소한 현상에 대한 소홀함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겠다.

누구나 주변에 크게 성공한 사람이나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이 한, 둘은 있을 것이다. 당연히 운도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굳은 결심과 열정적인 노력을 통하여 일구어낸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잘 나가던 사람이 잘못 되었다거나 갑자기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물론 운이 나쁠 수도 있지만 성급한 욕심이나 무리한 투자, 지나친 자만심이나 독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니 나 자신도 그저 앞만 보며 달려오는 가운데 자신에게도 소홀한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에는 자신부터 돌아 보는 지혜와 자성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앞으로의 일들에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생소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현실이 되고 보니 놀랍기만 하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술과 기능적인 장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과 미래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사회적, 도덕적 관점은 물론 인간의 ‘일’과도 연관시켜 이에 대한 관점에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융합을 통한 초연결 시대’를 표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오는 인간의 위기는 무엇일까. 우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러한 것도 새해의 화두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은 모두가 정당하며 매우 ‘정상적’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데자뷰’처럼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일상 속의 위기감은 무디기만 하고, 한꺼번에 많은 걸 이루려는 욕심도 여전하다. 꼬인 정국은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대북정책도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 국민적 우려이다. 갑자기 CIFT(시피트)란 단어와 함께 한비자의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가 뇌리를 스쳐간다.

새해에는 이렇게 기도해야겠다. ‘국민 모두에게 나라가 망하는 방법을 알게 하소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일상 속의 위기감을 가지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개인이나 기업, 나라 모두가 망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소서’ 이는 나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