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화학사고대응센터가 울산에서 지난 21일 출범했다. 화학사고대응센터는 석유화학단지에서 불산이나 염산 등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거나 고속도로 등에서 전복된 탱크로리에서 유해화학물질이 흘러나왔을 때 긴급출동해 초동대처 및 처리를 한다. 수많은 화학공장의 국가공단을 끼고 있는 울산에 화학사고대응센터가 생긴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불안감을 안고 사는 울산시민으로서는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조금 나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화학사고대응센터에는 화학사고 대응 환경기술개발 분야의 총괄 주관기관인 (주)엔코아네트웍스를 비롯해 울산산학융합원, RUPI사업단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오염물질 중화 및 정화 처리하는 전처리 차량, 현장 안정화 처리 차량, 3종의 잔류 물질처리 차량, 화학물질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매립이나 소각, 수처리 등을 담당하는 6종의 차량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현재까지 5종이 개발됐고 1종은 내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빼어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체가 울산테크노산단의 첫번째 입주업체가 되어 불과 몇년만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뛰어난 기술력과 장비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시적소에 활용되고, 그로 인해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현된다.

우선 유관기관들이 연계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서 화학사고대응센터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고위치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연계시스템이 없으면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고, 뛰어난 기술력도 종이호랑이에 그치게 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화상전문치료기관의 설립이다. 이제 물건너가버린 울산에 산재모병원 건립이 추진될 때 가장 기대가 됐던 점이 바로 화상전문치료기관이다. 화학사고에 의한 화상은 초기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 병원에서 다룰 수 없어 전문치료기관으로 반드시 이송해야 하는데 전국에서 가장 화학사고발생률이 높은 울산에는 아직도 화상전문치료기관이 없다. 올해 3월 근로복지공단이 화상분야 전문병원 5곳을 산재보험 화상전문의료기관으로 지정했는데 그것도 서울 2곳, 부산 2곳, 대구 1곳이다.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폭발사고 등으로 인한 산재환자는 약 4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화학사고대응센터의 역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연계시스템 구축과 화상전문치료기관 설립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