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학생 3명이 숨진데 이어 하루만에 경남 함안에서 또 중독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울산은 24일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잇단 가스중독 사고로 가스누설 경보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일산화탄소가스 중독은 연탄과 직결돼 있었다. 지난 1976년에만 해도 한해에 1013명이 연탄가스로 숨졌다. 연탄은 사람을 살리는 구실도 했지만 사람의 목숨을 뺏아가는 소리없는 흉기이기도 했다. 일산화탄소(CO)는 인체에 들어가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중지시킨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속이 메스꺼워지는 증상은 산소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연탄은 물론 난방을 위한 가스, 나무, 숯 등 모든 물질은 탈 때 일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울산의 경우 찜질방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도농복합도시인 울산은 시골 방바닥에서 장작불 가스가 새어나와 노인들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에서 숯 화로를 밤새도록 지펴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가구 가운데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가 76%로 가장 많고, 기름 보일러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가스보일러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 동안 23건이 발생해 사상자가 49명(사망 14명, 부상 35명)에 이르렀다. 특히 강릉 펜션 사고처럼 배기통이 빠지는 바람에 가스가 새어나오는 등의 중독 사고가 17건(74%)이나 됐다.

80년대에 이르러 집집마다 연탄가스 경보기를 달게 되면서 연탄가스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난방용 연탄 대신 이번에는 가스가 일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거실과 안방, 사무실에 등에 설치해 놓은 화목난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번 펜션사고를 계기로 소규모 관광숙박 시설에 대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27개 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감지·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차제에 울산에서도 찜질방 등에 대한 일산화탄소 측정과 점검, 단속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근대화 시기 죽음을 무릅쓰고 연탄을 땠다. 그러나 지금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는데도 여전히 70~80년대의 일산화탄소로 죽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다. 연탄에서 가스로 변했다는 것 뿐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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