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전설비용량 남한의 7%수준
한국형 3세대 원전 APR1400 기반
남북 공존할 에너지 전략 수립해야

▲ 김철준 울산원예농협 조합장

1945년 8·15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 분단과 함께 전기도 분단돼 남한은 전기부족을 겪는 암울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 국가에너지자립 정책으로 시작한 고리 원전 1호기는 587㎿급으로, 국내 총 발전설비의 9%였다. 이어 원전 1호기는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타개하면서 고리 2, 3, 4호기의 건립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인류의 꺼지지 않는 빛’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신고리 원전사업은 지난 1986년 고리원전 4호기의 준공과 함께 예견됐다. 신고리 원전사업은 1988년 말 기장 효암지역 39만평과 서생 비학 일원 42만평에 대해 주민기본합의서가 체결되면서 시작됐다. 1997년 전원개발구역 지정을 고시하고 이듬해 골매마을과 원전연수원 부지를 추가해 106만평에 원전 6기를 건설하는 것이 기본합의서의 대체적인 내용이었다. 이 규모는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8%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신고리 원전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신고리 원전은 최근 국민적인 이슈가 된 새만금신재생에너지 생산량 4GW의 두배에 가까운 7.6GW에 이른다. 이러한 대규모 원전건설에는 지역내 수많은 사회단체와 주민들의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인근에 기존 4기에 더해 6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었다.

하지만 국가적 전략사업의 명분으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한국형 3세대 원전인 APR1400이 탄생했다. 이 원전은 설비용량의 증대와 안전성을 강화해 미국으로부터 노형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 일본도 못 이루고 포기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증받은 것이다. 이 모델은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도입한 한국형 차세대 원전으로, 수출계약시 실체도 없이 단지 설계도면만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오직 ‘신고리 원전건설에 적용하는 모델’이라는 믿음으로만 거래가 성사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차세대 원전 기술력과 만년 빈도의 극한 재해에도 안전성 검증 시스템이 완벽하다면 원전을 ‘인류의 빛’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시대적 큰 물결은 남북한 평화공존과 민족의 번영이다. 남북한은 얼마 전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철도, 도로, 농업, 조림사업 등 여러 분야가 전개되고 있는데, 정작 시급한 것은 북한의 전기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766만㎾로, 남한의 7% 정도며 가동률은 35% 수준으로 실제 발전용량은 300만㎾에도 못 미친다. 이는 남한의 3%, 원전 3기의 발전용량에 불과하다. 게다가 생산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배선 시설마저 낙후돼 남북경협의 우선 분야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05년 말 공정률 34%에서 중단된 북한 경수로사업(KEDO)과 세계최고의 표준모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주요 의제로 삼아 남북한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년 전 필자는 군의원으로서 한전의 제4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일본 북해도 원전시설을 수차례 방문했다. 일본 원전은 바닷물을 이용하는 수냉식으로 울산지역과 같은 원리이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대한 기본법도 일본의 것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특히 북해도 원전단지와 폐기물처리 영구매립장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인상적이었다.

전기는 식량을 증산시키고, 산림이 살아나게 하고, 추위와 더위 그리고 배고픔을 해결하여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게 해 준다. 문득, 20년 전 발전소 관련 종사자 말이 생각난다.

“전기하고 마누라는 없을 때 더욱 소중한 줄 안다”

이는 잠결에도 손을 뻗치면 닿을 수 있고, 눈을 떠도 늘 곁에 있기에 있는 줄 모르고 살아왔지만 없을 때는 그만큼 아쉬운 것도 없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김철준 울산원예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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