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서민들이 집안의 돼지저금통을 깨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제는 애써 모은 적금을 해약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경남은행에 따르면 울산지역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전국에 400조원이나 되는 거액이 갈곳을 잃은채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데 서민들은 막상 쓸 돈이 없어 저금통을 깨거나 미래의 희망인 적금을 해약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서민들의 삶의 고통을 짐작케 한다.

 적금은 불투명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해약을 하면 금리면에서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적금가입자들은 가능한 한 해약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종전의 해약은 금리가 더 높은 다른 금융상품에 들기 위한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로 쓸 돈이 없어 적금을 깬 사례가 많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5개월간 7개 주요시중은행의 월평균 적금 해약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0.2%가 늘어났다. 반면 해약금액은 14.9 %가 증가, 해약금액 증가율이 건수 증가율을 훨씬 앞섰다. 이는 불입횟수가 많은 적금을 해약했다는 것으로 급전이 필요해 어쩔수 없이 해약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올 상반기중 주화의 순발행 규모는 32억원으로 전년동기의 538억원에 비해 무려 94.1%나 급감했다. 특히 500원짜리는 302억원에서 7억원으로, 100원짜리는 190억원에서 4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데 비해 50원짜리는 23억원에서 17억원, 10원짜리는 6억원에서 4억원으로 감소하는데 그쳤다. 울산지역의 주화발행 감소비율도 엇비슷하다고 한다. 이는 서민들이 널리 사용되는 500원짜리와100원짜리를 꺼내 어려운 가계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저금통을 깨는 현실을 대변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한쪽은 돈이 남아돌아 부동자금이 넘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쓸 돈이 없어 미래를 포기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동안 하청업체 근로자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도 유사한 현상이다. 서민층에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고, 다양한 정책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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