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자살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만큼 비극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4일 정몽헌 현대 아산회장이 자살했다. 대북 송금 사건을 둘러싼 특검과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계동 사옥에서 투신한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는 부산에서 강모 대학생이 진로문제로 고민하다 사격장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4일에는 충남 예산의 서모 초등학교 교장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강요해 교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 전 달에는 전남에서 상근예비역 박모 이병이 선임병의 구타와 욕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생활고와 관련된 자살이다. 지난달 30대 주부가 3년 전부터 남편의 실직으로 카드를 이용해 생활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세 자녀와 함께 자살했다. 울산에서도 빚으로 고민하던 30대 주부가 두 자녀와 함께 자살했다. 남편의 주식 투자 손실로 엄청난 빚을 떠 안게 되자 고민하다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살에는 항시 피치 못할 원인들이 내재돼 있다. 앞에서 보듯 진로문제나 교권침해, 구타, 검찰수사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등. 그렇더라도 자녀를 동반한 두 주부의 자살은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그 속에 우리 사회 극빈층 생활의 단면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가장의 실직으로 한 가정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부부간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을 구제해 주는 최소한의 제도와 시스템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절망적이 될 수밖에 없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불우한 이웃을 돌보는 여유와 사랑이 없는 점도 그렇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자살자 수는 지난 91년 6천593명에서 2002년 1만3천55명으로 10여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만 242명이 자살했고, 올해 들어서는 6월말 현재 97명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자살률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문제는 자살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관계 당국에서 이를 개인적 문제로 치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데 있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사고방식과 윤리의식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출구 없는 삶에 대한 예방책이 없는 것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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