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장마철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제 아침은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는가 싶더니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을 긴급뉴스로 접했다. 정말 충격이었다. 그렇잖아도 나라가 온통 뒤죽박죽으로 헷갈리는 판국인데 또 어두운 소식이 보태져 마음이 더욱 무겁다. "참 세상에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 많구나"하는 생각도 절로 난다. 그래도 본격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바닷가나 산에는 원색의 물결로 넘쳐난다.

 이번 휴가철의 화두는 "청와대" 얘기가 당연 압권이다. 대통령 방미중 당직실 전화불통 사태에 이어 정책실 비서관들의 새만금 소방 헬기 사찰사건, 국정원간부 사진 노출사건, 부속실장의 향응접대 파문 등이 잇따라 터져 나와 피서객들의 좋은 입담거리가 되고 있다. 시기와 질투섞인 화풀이로 대리만족을 하는가 하면 "음모론"이니 "파워게임"이니 하는 알쏭달쏭한 비화(?)마저 토해내며 흥미와 호기심을 자아낸다. 대통령 직속의 각종 위원회와 팀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직책 인플레"를 가져와 "사공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라는 둥, "내식구 감싸기와 무원칙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둥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까지 한다. 그러나 결국 공직자와 지도자의 덕목에 가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요즘 행정에 있어서 강조되는 공직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시민 감동서비스이다. 이를 위해 민선 자치단체장은 "신뢰받는 행정"을 모토로 내걸고 공직자의 의식전환과 개혁을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선 공직기강 해이로 주민의 원성을 사고 민원을 야기 시키곤 해 아타깝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 같다.

 울산시는 올 한해를 부패 없는 "청렴 울산건설"을 위해 년초부터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획일적으로 추진해 오던 적발 및 처벌 위주의 감찰활동에서 벗어나 예방적 지도차원의 감찰활동을 강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 등 중앙감찰은 물론 시 자체 감찰에서도 공직기강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적이 없다면서 스스로 자정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민원이 끊이지 않는 걸로 보면 지적사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역시 "내식구 감싸기"가 팽배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규명과 그에 합당한 처벌이 없고서는 재발방지가 안되는데도 말이다.

 이와함께 울산시는 올들어 인센티브 제도를 부쩍 늘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는 이달말까지 부서 단위 및 공무원 개인을 대상으로 시정발전과제에 창의적이고 우수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경우 시장표창과 함께 해외 연수 등을 보낼 방침이다. 또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노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추진 실적 우수 부서나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이와 함께 직원간 선의의 경쟁심을 유발시키면서 서로의 선행 사례를 발굴해 표창과 함께 인사때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동기유발을 제공함으로써 시책의 달성도와 개인의 성취감을 높이는 인센티브제도의 취지는 나무랄게 못된다. 문제는 인센티브의 한계에 있다. 인센티브가 "길들이기"용으로 남발되면 자칫 "용비어천가"만 불러대거나 기회주의로 흘려 자발성이나 창의력의 상실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칙보다 우선해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고위 공직자가 호화술판 접대를 받는가 하면 일선 민원 공무원들은 멱살잡히고 발로 차이는 그런 세상이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인센티브는 승진도 아니고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평소에도 진정으로 신뢰하고 대우해 줌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jocap@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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