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이 연말 안줏감으로 회자되기엔
울산이 처한 위기가 너무 중차대하다
시행착오 딛고 이젠 발전토대 마련을

▲ 신형욱 사회부장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해가 저물고 있다. 연말 크고 작은 모임이 적지 않다. 데스크로 사무실을 지키는 앉은뱅이가 된 지 2년이 다돼가는 덕분(?)에 현장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탓에 늦은 퇴근 후 가지는 모임에서 지인이나 주객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매년 그랬던 것 같지만, 올해만큼 울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던 적은 없었던 듯하다. 23년 만의 지방정권 교체로 들어선 민선 7기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 염려도 큰 듯하다. 경기침체와 늘어나는 실직자, 계속되는 인구 유출 등 위기의 심화 속에 울산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현 지방정부의 탓으로 돌린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문제는 “울산시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아닌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라는 한 인사의 말처럼 시정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여론조사기관이 매달 실시하는 민선 7기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에서 송철호 시장이 2개월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최하위라는 점보다는 긍정평가가 35.1%로 시장 선거 당시 득표율에도 크게 못미치고 주민생활만족도도 43.0%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송철호號의 정책과 방향 설정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지표다.

이를 인사적 요인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송 시장은 취임 이후 속칭 캠코더(선거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주요 시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했다. 문제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들의 처신이다. 관가에선 속칭 실세들 얘기가 나돌 정도로 이들의 입김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시정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면 정말 다행스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관가 주변의 시선이 짙다. 아울러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일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시와 연관된 사업에 줄을 대려는 시도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의식한 듯 ‘늘공’(늘 공무원)들 사이에선 몸을 사리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연초 인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시청의 젊은 서기관 3명이 교육연수를 자청해 떠났다. 민선 7기 초반 무엇보다 자신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야 할 젊은 서기관들이 3명씩이나 교육을 신청한 것도, 이를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이란 말이 공직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간부급 공무원들이 ‘세월이 약이다’란 심정으로 인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고 집행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울산시의회의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근 끝난 정기회에서 시의회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됐던 집행부의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켜 주는 대신 위법 논란이 이는 사실상의 정책보좌관제를 주고받은 정황이 알려지면서 그들만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의혹까지 사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정과 시의회가 연말 술자리 안줏감으로 회자되기엔 울산이 처한 위기가 너무 중차대하다.

임박한 민선 7기의 두번째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초 첫 인사는 송 시장의 공약사항을 지키기 위한 기초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로, 능력과 실적 위주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 중요성과 엄격함이 다르다. 송 시장도 사석에서 이번 인사가 큰 폭의 인사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민선 7기 초반 6개월의 시행착오를 딛고 넘어서 오롯이 울산의 안녕과 발전만을 위한 시정의 토양을 다지는 인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인사와 함께 합리적 의심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공직자들도 주변에 반드시 두어야 한다.

송 시장이 취임 이후 첫 직원정례회에서 던진 군선민수(君船民水·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군선공수(君船公水·군주는 배요, 공무원은 물이다)란 말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를 희망한다.

신형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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