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해마다 이맘 때면 어김없이 김치를 보내주는 이웃이 있다. 그것도 맛을 보라는 정도가 아니라 일 년 동안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의 김치를 보내온다. 덕분에 김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사코 사양을 해도 자신이 김장을 하면서 몇 포기 더 하면 되고 바쁜 사람이 김장할 시간이 없을 테니 손에 묻히는 김에 한다며 편히 받으란다. 말이 쉽지, 김장의 단계를 생각해 보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서로 친하게 지내는 이웃인데 자주 안부를 전하지도 못하고 일 년에 두어 번 만나 식사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정도이다. 식사를 대접하려고 하면 본인이 연장자라며 늘 식사 값을 먼저 내버리니 식당에 들어가면서 바로 계산을 해야만 밥값을 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평소 대단한 선물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일방적으로 받기만하는 상태라 빚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지만 언제나 밝게 웃으며 전하는 호의를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특별히 이해관계나 실익을 따져야 하는 관계도 아니고 오히려 그의 건강이 한 번씩 염려되는 상태인데도 10년 가까이 변함없이 챙겨 준다.

두 번째 이웃은 시골의 텃밭에서 자신이 손수 키운 제철 채소나 여러 가지 산나물, 과일과 반찬 등을 수시로 문 앞에 두고 간다. 작은 텃밭을 해봐서 농사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그 귀한 선물들을 감사히 소중하게 받고 있다.

세 번째 이웃은 필자가 바빠서 집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할 거라며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집밥 초대를 한다. 빼어난 손맛을 발휘한 푸짐하고 정성껏 차린 밥상으로 배불리 먹고나면 반찬까지 꼭 챙겨준다.

처음에는 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 그들의 호의가 조금은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쁘고 고맙게 받아 맛있게 먹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배려에 대한 최선의 인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아낌없이 베풀며 따스한 인심을 나누는 그들이 나의 이웃임에 늘 감사하고 있다. 그들은 큰 부자도 아니고 평범한 소시민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베풀며 사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다. 필자는 그들을 ‘내 이웃의 천사’라 말한다.

올해는 사건사고들이 많아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울적하고 어수선하다. ‘사랑의 온도탑’의 모금도 전년대비 80%수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의 경제사정은 어렵고 즐거운 소식은 별로 없다. 모두가 힘든 지금, 며칠 남은 연말동안 만이라도 조금 더 기운을 내어 우리 주변에 힘들게 연말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은 없는지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물질적인 도움이 못되더라도 작은 관심을 표현하는 풍요로운 마음의 나눔도 중요하다.

한 해를 보내며 ‘내 이웃의 천사’들처럼 필자도 누군가에게 천사의 의미가 되었었는지 되돌아본다. 불편한 관계들은 용서와 화해로 마무리하고 2019년 새해에는 먼저 다가가고 더 많은 나눔과 배려로 서로가 감사할 수 있는 한 해로 채워갔으면 한다. 우리 모두가 ‘내 이웃의 천사’가 될 수 있는 새해를 기다린다.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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