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계동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날 오전 5시50분께 서울 종로구 계동 140-2 현대본사 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서 정 회장(55)이 쓰러져 숨져있는 것을 사옥 청소원 윤모(63)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 회장은 12층에서 떨어졌으나 화단 소나무 가지 등에 걸린 탓인지 사체 훼손은 심하지 않았다.

 반듯한 자세로 쓰러진 채 발견된 정 회장은 밤색 하의와 검정색 T셔츠 차림이었고, 평소 착용하던 안경은 없었으며, 화단 소나무 가지로 가려진 몸에는 큰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경찰이 전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단에 쓰러진 사람이 이미 숨져 있었고, 그의 신원이 정 회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 회장 투신자살의 구체적인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경영난과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조성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현장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사무실에 남긴 유서 중 일부가 공개됐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원인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김윤규 현대아산사장과 가족에게 각각 남긴 A4용지 4장짜리 분량의 자필유서에는 고 정주영 회장의 자식으로서 부끄러웠다며 자신의 과거행동을 후회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유서에는 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현대비자금 150억원 조성 의혹과 관련해 정 회장을 지난 달 26일과 31일, 이달 2일 등 최근 3차례에 걸쳐 출퇴근 형식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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