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북태평양 연안에서 연어를 기초식량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부족들은 촌락에서 생활하는 정주민이다. 보통 남성들이 잡은 물고기를 여성들이 보존처리와 조리를 한다. 일반적인 보존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내장과 머리를 떼어낸 다음 포를 뜨고 덕장에 걸어 바람과 햇볕에 말리거나 훈제처리를 해서 비축을 한다. 작은 물고기는 몸통을 꿰어 통째로 말리기도 하고 큰 것은 배를 가르고 내장과 머리를 뗀 다음 토막을 낸다.

연어는 손질, 자르기, 건조 상태를 지켜보면서 뒤집기, 통풍 관리, 훈제처리 등 다른 어종들보다 훨씬 일거리가 많다. 기름을 추출해서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고래 같은 해양포유류에서 추출한 기름은 램프 연료로도 사용된다. 이들 수렵어로민들은 어로자원을 비축해서 정주생활을 영위한다.

민족고고학자 떼스타(Alain Testart, 1945~2013년)에 따르면, 수렵채집 사회에서 위도가 높을수록 식물자원의 역할이 점차 감소되고 어로자원의 비중이 커진다. 이러한 원리는 열대지방과 북극의 환경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양 포유류나 어로자원은 기온이 높을수록 장기간 보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로 정주사회들은 지도에 옮겨보면 북태평양 연안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론적으로 정주와 비축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비축 식량자원의 성격이 농산물인지 육지와 바다 사냥물, 어류 또는 연체동물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동물사냥에 기초한 정주사회가 존재하지 않은 것은 동물이 항상 이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농경민은 식물자원의 특성상 한 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사를 짓기 전까지 식물자원도 계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동생활은 불가피하다. 반면 고래와 연어 같은 해양어로 자원은 동물처럼 이동하지만 사람들은 한 곳에 머물면서 회유하는 철을 기다린다. 이와 더불어 동물 사냥감과 조개, 도토리, 각종 열매와 같은 계절적 자원을 개발하고 비축해서 한 곳에 머물며 정착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떼스타는 지구상에 최초의 정주문화가 농경이 아닌 해양어로 문화에서 기원한다고 보았다. 북태평양 연안의 수산자원의 풍부함과 비축기술의 결합을 통해 정착생활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가 본 반구대암각화는 북태평양의 독특한 정주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유적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반구대암각화가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넘어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임을 규명하는데 있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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