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맞아 80여명의 엄마들이 서울 지하철에 탑승하여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사를 가진 뉴스를 접했었다. 행사의 취지는 대중 교통 수단 등 밖에서도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공간 마련과 함께 모유수유의 사회적 관심 촉구였다. 이런 뉴스를 접하게 되니 소아과 의사로서 모유수유에 대해 너무 무관심 했던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 모유수유율 22% 정도로 가장 낮았으나, 그 후로 사회 전반에 걸쳐 모유수유 가치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노력으로 모유 수유율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반해서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1960년대에 95%를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하여 1990년대에는 35%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부터 분유 시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여 1981년 모유 대체시장의 국제규약을 제정하였으며, 1991년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aby Friendly Hospital Initiative, BFHI)사업을 시작하여 병원에서 모유를 수유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유수유를 한다고 해도 모유수유 기간은 1~3개월 미만으로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생후 4~6개월간 모유만 수유하는 것이 좋고 그 후에도 모유를 먹이면서 보충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애기 엄마들과 상담하다 보면 상당수 엄마들이 모유수유가 확립되기 전, 특히 산후 2주일 동안 경험한 사소한 좌절이나 실수로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모유수유의 장점은 애기에게는 자연적으로 사람에게 가장 알맞게 만들어진 영양물이고 면역학적으로 감염에 대한 방어작용이 있으며 언제나 쉽게 먹일 수 있고 정신 심리학적으로도 산모와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게 해주는 것이다. 산모에게는 산후 출혈을 줄이고 뼈를 튼튼히 해주고 난소암 또는 유방암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고, 사회적으로는 양육비의 감소와 보건 의료비의 감소 등의 유리한 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 실천이 부족한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졌으나 모성복지는 만족스럽지 못하며, 전통적인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산후 조리원의 이용률 증가로 인해 산후 조리시 관습적으로 친정어머니나 친정식구가 도와 주면서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육아에 대한 지혜가 세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아성취를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모유수유를 감소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최근에는 육아정보를 잡지와 대중매체에서 얻는 수가 증가하고 있어 상품광고가 많은 분유에 비해 모유수유가 잊혀지고 있다.

 이렇게 떨어진 모유 수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신부에 대한 모유수유의 장점과 수유의 실제적인 방법의 올바른 인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선행 되어야 한다. 또 모유수유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모자 동실이나 병원에서의 모유수유, 출산 후 시의적절한 상담이 중요하다. 이러한 뒷받침이 없다면 임신 시 모유수유를 계획하였어도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며 혼란을 겪다가 분유를 수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임신하여 모유가 생성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나 모유수유의 실제적인 방법은 배우고 익혀야 한다. 생후 6개월 동안 모유를 성공적으로 수유하려면, 수유하여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해결책에 대하여 산전 교육이 체계적으로 되고 출산 후 모유수유에 대한 상담을 적절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유니세프, 수유모 모임, 의사, 보건교육종사자와 간호사를 중심으로 모유수유를 돕는 인터넷 상담 사이트가 증가하고 있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모자 동실, 출산 휴가 연장, 직장에서의 수유 등 모성복지를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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