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와 함께 격변의 한해 보내며
가치관 변화로 인한 사회 곳곳의 갈등
새해에는 해법 찾길 새마음으로 기대

▲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실용음악도

오늘은 2018년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나흘 후면 새해를 맞습니다. 올 한해는 대한민국국민 모두에게 격변(激變)의 한해였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를 둘러싼 상황에서 비롯되었기에 어느 한사람 예외가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뉴스마다 환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뉴스보기가 두려워 TV를 떠난 사람도 못지않게 많다고 들립니다. 이제 국민은 두 갈래로 찢겨져 서로 째려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째려보는 눈초리도 점점 살벌해져만 갑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도 헤쳐나아가기 힘든 엄중한 국제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호(號)는 내부척력(內部斥力)으로 인해 전진을 멈춘 듯합니다. 연말의 설렘도 실종되었습니다.

일직선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 커다란 원심력이 발생하여 대형전복사고로 이어집니다. 그 원심력의 크기는 회전반경에 반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즉 방향전환정도가 클수록, 속도가 클수록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전환할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 이 버스가 뒤집히지 않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자동차시험장처럼 노면(路面)을 경사지게 함으로써 그 위험한 원심력의 반대방향으로 구심력을 발생시켜 안정을 도모해야 합니다. 수십 년 간 국민의 머리와 가슴속에 굳건하게 자리 잡혀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이념과 시장자본주의라는 경제이념을, 그럴 리 없겠지만, 현 정부가 혹시 다른 쪽으로 변화시키기 원한다면 열과 성을 다해 국민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즉, 국민동의라는 사전(事前)인프라 구축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속도입니다. 아무리 도로인프라가 잘되어 있어도 속도가 어느 임계속도를 초과하면 버스는 역시 뒤집어집니다. 아무리 국민동의를 얻었더라도 천천히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버스에 탄 국민이 겪은 불안의 근본이유는 국가가 통치행위를 함에 있어 국민동의라는 사전인프라 구축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점과 과속했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결과가 방향전환의 국민적 동의를 이미 득한 것을 의미하므로 전환각도와 속도가 오히려 미흡하다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무튼 방향전환 시 필요한 도로경사와 속도에 대한 이 두 가지 법칙은 인간이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 정확하게는 중력과 힘의 법칙으로써 일반물리학 1장1절의 내용입니다.

지난 1년간의 일을 얼핏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국가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시점과 주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제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없애 정권의 속내(?)를 의심케 했던 청와대발(發) 헌법개정안발의라는 불발탄, ‘사람이 먼저다’라는 아름다운 만고진리에서 출발한 소득주도성장론, 포용경제론과 이에 입각한 탈원전,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협력이익공유제, 국민시선 맞춤식 국민연금개혁 등 경제에너지복지정책, 북한비핵화 및 남북평화정착목표와 맞물린 한미관계의 복잡화와 안보·국방체제의 급작스런 광폭변화, 노조의 강성화와 기업인들의 전반적 위축,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념분열의 사회상, 전(前)·전전(前前)대통령으로부터 과거 정부공무원을 거쳐 사법부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소위 전(全)방위적 적폐청산, 언론의 편향성 논란, 고용감소 및 소비위축과 빈부격차의 확대, 대한민국 현대사의 재평가와 역사교과서문제, 위안부 및 강제징용문제와 더불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 성폭력 미투(Me Too)운동, 갑질 공분 등 수두룩한 사회이슈들…. 이 모든 일이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났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원해서 현 정권을 찍은 사람들은 변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이렇게까지 되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전 보다야 낫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찍은 사람들은 후회가, 이럴 줄 미리 알았던 사람들은 우려와 불안이 가득한 채 흔들리는 버스에 같이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속도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말과 물리학 1장1절의 자연법칙이 뇌리 속에서 자꾸 오버랩(overlap)되는 것은 왜일까요. 앞으로 버스는 더욱 흔들릴 것만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 기도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새해는 새해니만큼 기대와 함께 맞이해야겠지요?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실용음악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