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부

최근 울산지역 고등학교에서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SNS에서 기숙사 남자 사감이 여학생 방을 검사하고 불시에 방을 점검한다는 내용의 스쿨미투가 이어졌고, 다른 학교에서는 성교육 강사들이 “예쁜 여자를 보면 어리건 할아버지건 동하게 돼 있는 게 남자의 뇌구조여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여자들이 옷을 조신하게 입어야 한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한 고등학교에서는 자원봉사자인 배움터 지킴이가 여학생 신체를 만졌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고, 또 다른 고교에서 배포한 흡연과 음주예방 유인물에 ‘여성이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면 성적욕구의 간접표현으로 오해하는 남성이 많다’ 등의 표현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시교육청은 성범죄를 저지른 교직원을 즉시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놨다.

스쿨미투에 대한 학교측 대응은 대개 비슷하다. 학교는 ‘뭐 이런일 가지고, 별일 아니다’는 식으로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조사해 문제가 확인되면 해당 교직원만 조치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하는 방식이다.

스쿨미투에 대한 학교나 교육청의 대응방식은 학내 성평등 문제, 인권문제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아닌 해당 사안에 대해서 최소한만 도려내 버리자는 식이다.

학교 내에서의 성차별과 성폭력을 용기 있게 고발하는 학생들의 스쿨미투에 이런 식의 대응은 당장은 해결된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학교의 문화와 질서가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스쿨미투에 답하는 올바른 방식일 것이다.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고 성희롱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학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가해 교사 문책하고 변한게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시교육청은 학교 전반의 성평등 문제, 성인식의 전환, 인권 문제 등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길 바란다.

스쿨미투 후에도 변한건 없었다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말이다.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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