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존재와 마음을 단련해
자신의 강점으로 타인을 돕는
축복같은 하루가 되도록 해야

▲ 강혜경 (전)경성대학교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2018년 단 하루를 남긴 오늘, 시간의 의미가 새삼 다르게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건, 삶의 시간이 유한함을 알기 때문일 거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에 있을 때가 더 좋다’는 속담은 삶에 대한 애착을 일깨운다.

실제 50대 중반에 대장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던 가까운 지인은 살아볼 수 있는 하루를 ‘축! 오늘’이라고 명명했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는 단순한 일상이 아닌, 누군가가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했던 하루였음을 알게 되었다’고도 한다. 일상의 하루,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경계에서 오늘은 살아볼 수 있는 실체적 시간이다. 그러니 2018년의 마지막 하루, 살아 있는 오늘, 누구랑 무엇으로 지내고 있는지, 축복 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

청년실업과 고령화, 성장과 복지, 무한 경쟁과 무질서의 시대,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축복의 하루는 어떻게 가능할까. 돈과 명예,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의 허구 속에 이상적인 직업, 완벽한 남자(여자) 그리고 아름다운 집을 갈망한다. 객관적인 삶의 지표는 나아졌는데, 우울하고 외롭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공허하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가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구의 세상에서 벗어나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흐르는 삶의 시간 속에 우리는 수없이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며, 삶의 계획들은 실패하기 마련이고 예측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 우여곡절에 희비(喜悲)하지 말고,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화 하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

심리학자 맥 아덤스는 ‘의미 있는 삶을 이끄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경험의 이야기를 회복, 성장, 사랑으로 정리하여 들려준다’고 하였다. 나쁜 상황이 좋은 상황으로 회복되는 경험의 이야기로 위기와 어려움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 누구나의 삶에도 어려움이 있고 우리 모두는 애쓰며 살아간다. 각자 자신의 문제를 감싸 안으며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삶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각자의 삶을 지탱해 가야 한다. 그러니 2018년 단 하루 남겨진 오늘, 지나온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자신이 겪은 일들이 자신을 어떻게 형성하였는지, 잃은 것은 무엇인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오늘 하루는 작은 인생이고, 삶의 축복이며 내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자기 삶의 저자이다. 삶의 많은 문제들을 마주하며 때로 극복하고 때로 실패하면서, 새로운 삶의 이야기로 자기 경험을 스스로 구성하며 성장한다. 삶은 단순히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이야기의 전개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통찰해야 한다. 자기다운 삶의 가치를 성찰하며, 자유의지로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선택의 순간들은 각자의 삶을 이끌어온 변곡점이 될 것이며, 누구나 자기다운 삶의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

긍정심리학의 마셜 셀리그먼은 “삶의 의미란 누군가와 유대감을 느끼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 안에 있는 최고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유대감은 존재 자체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며, 삶의 목적은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타인을 돕는,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자신 안에 있는 최고를 끌어내는 방법은 자신의 자원과 강점에 기반한 자기다운 삶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2019년 새해, 새로운 존재양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삶에서 매 순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야망을 다스리는 사람은 즐겁게 일하고 자기다운 삶을 사는데 반해, 야망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주고 진짜 좋은 것들을 희생시킨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사람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반면, 두려움에 이끌려 다니는 사람들은 무모해지거나 겁쟁이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시간을 내어야 한다. 심리적 면역시스템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존재와 마음을 단련함이 필요하다. 2018년 마지막 하루, ‘축! 오늘’ 되시길.

강혜경 (전)경성대학교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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