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등
관광공사 추천 이색 돼지투어
민속박물관, 황금돼지 특별전

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띠동물은 ‘황금돼지’다. 새해를 앞두고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 온 돼지를 민속학적으로 바라보는 전시가 열리는가하면, 겨울여행테마를 돼지로 잡은 추천코스도 나온다.

▲ 1970년대 이발소 돼지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신화·역사, 돼지는 ‘복의 근원’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돼지(亥)는 12지의 열두번째 동물이다. 7000년전 만들어진 울주 대곡천 암각화군에서도 멧돼지가 확인된다. 경남 김해·양산, 황해도 몽금포 등지의 조개무지에서는 멧돼지 이빨이나 뼈가 출토됐다. 멧돼지 모양의 토우는 부산 동삼동 조개무지에서 보이고 있다. 신라 토우에서도 멧돼지 모양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많다.

한국 신화에서 돼지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한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고기와 지방을 얻기 위한 것이었지만,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祭物)이기도 했다. 제전(祭典)에서 돼지를 쓰는 풍속은 멀리 고구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꿈 속에 나타난 돼지는 부의 상징이다. 집안에 모시고 믿음을 바치던 ‘업신’이 현실의 재물신이라면 돼지는 꿈 속의 재물이다. 거기다 4개월의 짧은 회임기간을 거쳐 10여마리의 새끼를 낳는 번식력돼지는 다산(多産)의 의미까지 겸하고 있다.

▲ 십이지신 중에서 해신(亥神)이 그려진 그림.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잡귀의 침범을 막는 의미로 12방위 가운데 북서북에 걸었던 불화(佛畵)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황금돼지해 이색 ‘돼지투어’

돼지를 뜻하는 돈(豚)자는 돈(화폐)와 음이 같다. 돼지를 재물과 연관짓는 이유 중 하나다. 마음이 가는 곳에 발길이 닿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래선지 한국관광공사는 2019년 1월 가볼만한 곳으로 황금돼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색돼지투어’를 추천했다. △돼지박물관 등 먹거리와 놀거리가 혼재된 이천 △황금돼지 기운 주는 양구 해(亥)안면 △청주 삼겹살거리 △최고의 맛 지리산 흑돼지, 남원 운봉 △창원 돝섬과 저도 △제주 휴애리자연생활공원 △현판 뒤에 숨은 황금돼지, 경주 불국사 등 모두 7곳이다.

그중 울산과 가까운 경주 불국사는 지난 2007년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서 돼지 조각이 우연히 발견돼 목록에 포함됐다. 이후 이 곳을 찾아와 복을 비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불국사는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이름도 붙였다. 요즘은 극락전 앞에 새로 만들어진 복돼지상을 만지며 복을 빌기도 한다.

▲ 돼지저금통.

◇국립민속박물관 ‘황금돼지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를 기념해 ‘행복한 돼지’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에는 ‘해신 비갈라대장’을 비롯해 ‘(저팔계)잡상’ ‘십이지번(돼지)’ ‘시정(豕鼎)’ ‘돼지저금통’ 등 유물과 사진, 동영상 등 약 70여 점을 선보인다. ‘1부 지켜 주다-인간의 수호신’은 원시사회 등 옛부터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가 무당을 통해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2부 함께 살다-선조의 동반자’에서는 속세로 내려온 돼지가 인간의 반려자로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3부 꿈을 꾸다-현대의 자화상’은 베이비붐 세대 1959년생들의 환갑잔치를 다룬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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