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천정

건장한 헤드라인에 낱낱이 포위되어
포지션 따라 줄 맞춘 활자들 그 사이
예각의 커터 칼날이 가로지른 행간들

이슈가 이슈를 실시간으로 덧칠한
지면마다 시시비비 들끓는 파열음에
팩트는 구겨진 채로 무혈의 접전이다

전모가 드러난 가십은 접어두고
목적지에 소환될 진술은 따라간다
치명적 오독이 없는 재활의 분리수거

▲ 이희정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자

[당선소감]이희정/ 소중함 잊지 않고 담을 수 있는 시인될 것

슬픔과 기쁨, 눈물과 웃음이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는 삶. 짙은 아쉬움과 영광이 혼재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습니다.

저마다의 세상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취하고 버립니다.

중요한 것의 무게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조라는 문학은 참으로 담고 싶은 그릇이고 삶입니다. 형식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새롭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소중함을 잊지 않고 담을 수 있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더디고 둔한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이런 순간을 만나게 해주신 시조 창작 동아리 ‘더율’의 지도 선생님과 언제나 곁이 되어 주시는 문우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공부하며 함께 성장하자는‘교학상장(敎學相長)’ 네 글자를 돋을새김해 봅니다. 함께 걷는 모든 시간이 축복입니다.

늘 응원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 이웃님들, 국문과 씨앗동기님들 고맙습니다. 매 순간을 자식들 기도로 사시는 어머니 사랑합니다.

약력
-1972년 출생, 방통대 국문과 졸업
-포항소재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
-샘터 2017년 6월호 시조 입선

 

▲ 이승은 심사위원

[심사평]이승은/ 현재 진행형 소재로 주제의식 선명하게 형상화

치열한 사회 의식을 갖췄거나 진솔한 삶의 현장을 다뤘거나 이미지가 탁월한 작품을 찾고자했다.

‘마네킹을 보다’는 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사물들이 서로 갈마드는 삼투현상이 시를 따스하게 스케치해내는 순발력이 뛰어났으나 체화되지 못한 진술이 엿보였다.

‘옷수선집, 루이’는 놓치기 쉬운 주변 광경의 세심한 관찰과 참신하고 감각적인 표현이 압권인 반면, 추상적 언어가 섞여 구체성이 아쉬웠다.

당선작 ‘스크랩’은 현재 진행형의 사회적 소재를 포착하여 주제 의식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가짜뉴스’는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까지 침투하여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는 국가적 중대사로 부각됐다. ‘건장한 헤드라인’ ‘예각의 커터 칼날’ 등 신문 활자와 편집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 자칫 놓칠 수 있는 진실의 실종 문제를 긴장감 있게 제시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오독’의 문제를 경계하면서 진실이 ‘목적지에 소환될’때까지 추적하겠다는 ‘분리수거’ 의지를 드러낸 시적 탐험의 목소리가 당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약력
-전국민족시대회 장원
-고산문학대상 수상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