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한 놈만 팬다” 코미디 영화의 한 대사다. 패야 할 놈을 정해놓고 다른 놈을 제쳐두고 그 놈만 죽자사자 패기 위해 달려든다. 현 정부가 기업가를 대하는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기업가는 무진장 맞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수익구조가 취약한 탓에 이제 회사 운영이나 투자는 그만두고 회사를 팔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것이 바로 최저시급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다. 기업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매출 얼마 증가, 수익 얼마 증가’로 수립하지만 ‘생존’이 지상과제가 된지 오래다. 더 심각한 것은 현 정부는 도덕적 우위를 장악한 자의 부풀려진 자신감으로 현장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있다.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생존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저녁만 있는 삶이 되고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작금의 팽배한 기업만 패는 ‘반기업가 정서’ 대신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춤추게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노동자와 상반되는 자본가나 경영자만 뜻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이란 주인의식, 오너십을 말한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부회장까지 오른 필자의 지인은 ‘자신의 직위나 업무영역에만 갇히면 결코 전체를 볼 수 없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회사를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내가 리더가 되어 회사를 이끌어 간다는 태도로 능동적이고 적극 개척하고 리드해 가야 한다’며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한 조직업무를 강조했다. 샐러리맨의 생활을 하더라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일하면 결과물의 차이가 다르다. 주인의식이야 말로 사유재산제의 토대다. 우리가 언급하는 선진국은 사유재산제를 확립해 개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자원의 적절한 이용을 유도했다. 사유재산제는 변함없는 경제활동과 조세제도의 근간을 이뤄왔으며 자유시장경제 원칙인 것이다. 이 모든게 주인의식,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578년에 창업한 사찰과 신사, 불각 건축의 설계 및 수리의 건설회사인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다. 일본은 1000년 이상된 기업만해도 20여개다. 하지만 우리는 2016년 중견기업 실태조사 결과 상속·증여세 부담과 엄격한 승계요건 때문에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중견기업이 78.2%에 달했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기(氣)가 살도록 정치를 하면 그 소문을 듣고 경제생태계의 활성화된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만든다는 것은 200년 경제학 역사에 자명한 답이다. 기업은 적폐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을 유발해 사회가 선순환되게 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투자의지가 꺾이고 자유가 억압되며 반기업가 정서가 팽배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이 15%로 OECD 36개국 중 35위다. ‘기업하기 어려운 반기업 국가’ 한국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지표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이 잘나갈 때 한국은 홀로 경기가 주춤했다. 하지만 내년의 세계경기 하강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올리고, 현대·기아차도 8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세계경기의 하락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얼마나 더 힘들지 현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장이 개방돼 있고 수출 중심의 우리경제는 세계경기에 더 민감한 건 자명하다. 이럴때 일수록 기업의 기(氣)를 살려야 창업과 투자로 이어져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투자는 심리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최저임금 근로감독, 국세청, 환경부까지 수시로 감독기능을 강화하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되었다. 기업의 기(氣)가 산다면 시장경제는 생산증가, 고용확대, 자본축척 등의 경제활력을 주고 장기적으로 세수증가로 국가와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 기업가를 애국자로 대한다면 분명 기업가는 국가와 사회에 보답할 것이다.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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