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시의회 행감자료 제출요구에 협조요청 공문 보내
명단·역할·주민번호에 개인정보 수집동의서등 요구

울산예총-민예총 “시 보조금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천명 회원 정보 요구는 이해 불가…지나친 간섭”

울산문화에 큰 영향을 미쳐 온 거대 민간 예술단체들이 희망찬 새해를 맞기는커녕 전례없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울산시로부터 전체 소속회원의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업추진은 뒷전으로 밀리고, 울산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지 여부를 고민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해당 단체는 울산시로부터 한해 사업비의 대부분을 지원받는 한국예총 울산광역시지회(이하 울산예총)와 울산민족예술연합회(울산민예총) 두 곳이다.

울산시는 지난 달 두 단체 앞으로 ‘소속단체 회원 현황 자료제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울산시는 공문에서 두 단체 소속 회원의 명확한 인원수를 알 수 있도록 전체 회원 명단과 개별 회원들이 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알 수 있는 조직(직위) 정보를 제출하라고 했다. 게다가 회원들의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주민번호(생년월일 부분과 뒷자리 한자리까지)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울산예총과 울산민예총은 1973년과 1997년 각각 창립총회를 연 이래 이같은 황당한 요구는 처음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울산시가 운영·사업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순수 민간예술단체에 대해 지나친 간섭과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울산시는 향후 일어날 지 모를 분란을 방지하기위해 모든 회원들에게 개인정보 수집동의서와 개인정보 3자 제공 동의서까지 받아 함께 제출 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서식 안에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도 ‘동의를 거부 할 경우 소속단체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단서를 같이 달아놓은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예술단체 회원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말라는 팔길이원칙 문예행정이 민선7기 출범이후 뒷걸음 치고있다’는 반응이 나오는가하면 ‘문화불모지 울산에서 수십년 간 문화창달에 애써왔으나 이같은 모욕적인 처사는 처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울산예총의 경우 울산시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문인·미술·사진작가·연예예술인·음악·연극·국악·무용·건축가·영화인으로 구성되는 10개 단위협회 1900여명의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울산시의 취지를 설명하고 울산시가 제공한 일정서식에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울산민예총도 마찬가지다. 민예총은 미술·음악·춤·국악·극·문학·무예·미디어로 구성되는 8개 위원회에 53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울산예총과 울산민예총은 울산시의 요구에 대해 회비납부 여부, 활동내용, 참여정도에 따라 회원 구성이 복잡하게 달라지는 민간예술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원 전체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라는 내용 역시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을만큼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단체가 울산시의 요구 조건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문예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울산시의 요구가 지난 연말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역 문예계의 생리를 이해못한 시의원들과 이들 의원들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울산시를 함께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예총 한 단위협회 지회장은 “서식에는 회원개인정보 제공처로 ‘울산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명시돼 있다. 예술단체 회원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라고 하는데, 명확한 이유도 없이 수천 명에 이르는 민간 예술단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왜 시의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건 지 모르겠다.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 왔는데, 단지 시 보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전체 회원들의 개인정보까지 밝혀야 하는 건지, 지역 문화예술인으로써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행정사무감사 때 시 지원 문화사업을 수행하는 문예단체 회원규모에 대한 질의가 있었고, 좀더 명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 시 차원에서 개인정보제공의 문제점과 세부신원파악의 어려움을 피력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조사에 나설수밖에 없었다. 보조금 지원단체에 대한 기준을 좀더 명확하게 세우자는 내부의견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단은 울산시의 조직개편과 인사, 울산예총 신임회장 선거(2월)와 울산민예총 신임 이사장 선임(1월) 등이 맞물리면서 쉽게 일단락 되지않고 문제해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예총 단위협회는 울산시의 요구조건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가하면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는 제외한 채 간략한 회원명단만 제출한 상황이다.

울산민예총도 회원이름 조차 제외하고 ‘OO위원회 소속회원 총 OO명’ 식의 대략적인 정보만 제출해놓고 있다. 이같은 지역문예계의 ‘보이콧’에 대해 울산시와 시의회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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