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 교사

2018년 12월 24일 오전. 학교 도착. 가사실로 가서 떡볶이, 바나나 꼬치, 핫바 준비. 9시 30분부터 사전 구매한 먹거리 쿠폰을 가지고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준비한 메뉴 판매. 준비한 수량 전체 완판. 쿠폰 판매 대금 및 현금 판매 금액을 합하여 장학금으로 전달.

같은 날 오후. 체육관에서 진행된 무대 공연에서는 동방신기의 ‘풍선’ 열창. 이어서 홍진영의 ‘내 나이가 어때서’ 댄스. “어? OO이 엄마다!” “저기 △△이 아빠도 있어!” 친구네 부모님을 알아본 몇몇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공연 종료.

이상은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흥겨운 분위기속에 진행된 우리 학교 축제, 제9회 남송제 때 학부모회의 활약상이다. 학부모회 담당자인 나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로 공치사를 연발할 뿐이었다.

이번 학년도에 처음으로 학부모와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영역이다 보니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과 노력을 더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나 교육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학부모가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참여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학부모 대상 연수 중에는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자유학기제 수업 전반에 대한 연수,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촉구하는 장애 이해 교육, 각종 학부모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원탁토론회 등이 눈에 띄었다. 그 외 연수나 교육 역시도 실시 계획을 살펴보면 교육청이 학부모와 학교의 협력을 점점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여러 가지 위원회나 행사에 참여한 이력이 있었다. 도서관 사서나 각종 모니터링을 하면서 학교의 분위기에 대해 교사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런데 학교 일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2개 이상의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거나 기타 활동들을 겸임하고 있었다.

‘교육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다 함께 소통·협력하여 학교교육을 일궈나가자는 개념이다. 이른바 혁신학교들은 이를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말로 확대하며 아이들이 살고 있는 터전인 마을까지도 배움의 장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의 구성원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서로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의 수많은 학교들이 지향해야 할 모델도 결국 교육공동체-마을교육공동체일 것이다. 건강하고 민주적인 교육공동체를 만들려면 지금처럼 몇몇 학부모들에게 학교 일이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학부모가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하고, 더 많은 학부모가 학교에 오게 해야 한다. 이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는 당위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부모가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하루와 학교의 일 년을 지켜보게 해야 상식과 소신을 갖추고 학교 일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교육공동체의 첫 걸음은 학교와 학부모 간의 열린 소통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정현 남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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