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시 울산 가능할까

울산에서는 매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비롯해 반구대산골영화제, 울산단편영화엑스포 등 크고 작은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영화 ‘뽕’ ‘친구’ ‘공조’ ‘씨받이’ 등의 영화가 지역에서 촬영되기도 했으며, 영화 관련 문화콘텐츠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호응도 매우 높은 편이다.

# 한때의 영광
‘뽕’‘씨받이’등 촬영지로
1980년대 이름 날린 울산
반짝특수 누리고 잊혀져

# 부흥의 움직임
울산서 촬영한 상업영화들
잇단 흥행으로 다시금 주목
산악영화제 이름 알려지고
영화인협회등 기반도 확충

# 새로운 꿈
市 환경영화제 개최 추진
차별화된 콘셉트 성공 관건
‘애물’된 보삼영화기념관등
기존 콘텐츠 활용도 고민을

울산도 부산만큼이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산과 계곡에 둘러싸인 보삼마을이 오지마을로 입소문 나면서 1970~1980년대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다만 ‘반짝특수’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긴 세월 잠잠했다. 그런데 최근 ‘친구’ ‘공조’ 등의 인기 상업영화가 울산에서 촬영됐고, 울산예총 산하에 영화인협회도 설립됐다. 무엇보다 울산에서는 매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비롯해 반구대산골영화제, 울산단편영화엑스포 등 크고 작은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영화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힘입어 울산시는 올해 ‘울산국제환경영화제’라는 새로운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지역에서 또다른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산악영화제와 환경영화제는 주제 자체가 크게 이질적이지 않아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영화계 발전을 위해 어떤 영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지, 2019년 울산 영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본다.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해야

올해 4회 행사를 앞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는 최다 예산(25억)이 편성됐다. 울산지역에서 진행되는 축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영화제에서는 총 42개국 144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총 4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관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타 지역 관람객의 증가와 체류 관객이 늘어났다는 점으로 볼 때 영화제의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울산시민의 호응과 참여 기회다. 산악문화에 익숙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아닌 젊은 관객을 영화제로 끌어모으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영화인협회 관계자는 “산악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도 포용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화인 토크쇼 등 영화 관련 콘텐츠를 보강한다면 영화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찾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상영관 개선과 행사 공간에 대한 참신한 기획, 휴식 공간 확충 등도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지역 문화예술인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산악영화제라고 해서 복합웰컴센터 안에만 갇혀있기보다 도심으로 좀 더 나와 시민에게 다가가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명한 콘텐츠 어필하는 영화제 관건

울산시는 올해 울산환경영화제 가능성 타진 위해 1억57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울산국제환경영화제를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도 열었다. 당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칼을 빼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 일단 예산부터 편성했고, 한 해 동안 영화제의 주요 콘셉트와 방향성을 찾아갈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2019년은 축제를 시작하는 해가 아닌, 어떤 축제를 개최할지 구상하는 해다. 시민토론회를 열어 시민의 의견을 듣고, 추진위원회도 구성하고, 영화제의 방향성과 콘셉트를 잡아 제1회 영화제 예산 규모까지 측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영화제 진행 방식은 두 가지 안을 고려 중이다. 영화 제작 공모를 진행해 출품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과 기존에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상영제’ 형식이다. 영화 상영과 함께 감독·제작자와의 토크콘서트, 환경 관련 체험 부스 운영 등도 고려하고 있다.

지역 축제 전문가는 “울산은 최근 산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모를 거듭하며,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와 더불어 환경영화제를 시도한다는 발상을 좋지만, 순수하게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제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기존에 울산에서 진행되는 축제와 접목해 추진하는 방향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울산환경영화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울산지역 영화제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를 찾고,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타지역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선명한 콘텐츠로 어필할 수 있는 영화제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작지만 특색있는 울산만의 영화제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영화 관련 콘텐츠 다양하게 구축해 나가야

지역 영화 애호가 확장을 위해서는 영화 관련 콘텐츠도 재점검해봐야 한다.

예산 잡아먹는 하마로 애물단지가 된 보삼영화기념관을 활용도를 고민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씨받이(1986)’ ‘뽕(1985)’ 등의 촬영지라는 이유로 시민 세금을 지원받아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을 만들었는데 볼거리 부족으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삼마을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했지만 옛 정취를 찾기가 힘들다. 영화의 배경이 된 초가는 덩그러니 한 채만 남았고, 그마저도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영화인협회 관계자는 “영화제만으로는 지역 영화계가 부흥하기 어렵다. 독립영화제작을 위한 지원이나 산업영화제작 유치, 청소년 영화제작 공모전 등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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