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 병영막창골목
"이 뜨신 칼국수 병영막창골목 힘이지예"

▲ 울산 중구 남외동에 위치한 병영막창골목은 20여년 간 막창과 칼국수로 울산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병영막창골목의 한 막창집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소비가 살아나야 지역경제가 산다. 침체된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물경기의 근간인 자영업(소상공)이 살아나야 한다.

울산의 자영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소비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소비촉진을 통해 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지역경제살리기 프로젝트 ‘지역경제에 活力을’을 연중기획물로 연재한다.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골목상권 탐방을 비롯해 5개 구·군 권역별 관광명소, 창업활성화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지역내 소비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첫 순서로 토박이들이 터줏대감처럼 오랫동안 지켜온 골목상권을 탐방한다. 골목상권의 부침과 사람사는 이야기, 그들의 삶의애환도 같이 담는다.

1995년 원조집부터 시작해
근로자들 술안주로 인기 끌며
주택 개조해 잇달아 장사 시작
200여m에 막창집 10여곳 밀집

불야성 이루던 예전과 달리
가족손님 늘며 점심부터 장사
신·구 건물 조화 이루며 경쟁
2세들 가게 물려받아 맛 이어가

◇울산 근로자들이 사랑한 막창·칼국수

중구 병영과 남외동 일대에 위치한 병영막창골목.

지난 무술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찾은 병영막창골목은 연말 대목인 만큼 직장동료, 가족 등과 함께 막창을 맛보고자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막창과 함께 병영막창골목의 또 다른 메인요리인 뜨끈한 칼국수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특히나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막창과 김이 모락모락나는 칼국수가 오감을 자극한다.

 

현재 병영막창골목의 200여m 남짓한 길가에는 크고작은 막창집이 15~17개 가량 모여있다. 지금은 신축건물과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들이 옛날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초창기 이곳의 막창집들은 대부분 주택을 개조해 장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막창과 함께 칼국수를 판매한 집은 지금도 가장 인기있는 원조대구막창1번지다. 지난 1995년 원조집을 시작으로 이곳 골목에는 5~6개의 막창집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당시 원년멤버로는 토담골막창, 남도막창, 성서본가막창, 오시오막창 등으로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병영막창골목상인회 관계자는 “막창골목이 처음 자리를 잡을 당시 자동차와 조선업 등 대규모 제조업체가 모여있는 울산에는 퇴근 후 한잔 술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근로자들이 많았다”며 “근로자들 사이에서 저렴하면서도 고소한 술안주인 막창이 인기를 끌면서 병영막창골목이 울산의 명물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 병영막창은 땅콩가루와 파, 고추 등을 곁들인 특제소스에 찍어먹어야 제맛이다. 김도현기자

◇세월 흐르면서 골목의 풍경도 달라져

막창골목이 형성된 이래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골목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막창골목의 가게들 대부분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구조로 운영됐다. 동네 주민들이 상가가 아닌 자신의 주택을 개조해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테이블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추세에 맞춰 집집마다 개별적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하면서 좌식과 테이블을 반반 겸하는 구조가 자리잡게 됐다.

아직도 좌식을 고집하고 있는 가게들도 있지만, 최근에 새로 건물을 올린 가게들의 경우 가게 전체를 테이블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 위주의 손님층이 가족단위로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놀이방 등을 갖추고 있는 곳도 생겨났다.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최근 5년 사이에는 낮장사를 하는 가게들도 늘어났다. 초기에만 하더라도 오후 5시쯤 되야 불을 밝히던 막창집들이었지만, 최근 낮에도 막창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점심장사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병영막창골목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1세대들의 자녀들이 그 맛을 이어가고자 가업을 물려받은 것이다. 원조대구막창을 필두로 10여년 넘게 골목을 지켜온 가게들의 2세대들이 이제는 병영막창골목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병영막창골목상인회 관계자는 “병영막창골목이 20년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맛과 서비스의 질을 올리고자 하는 1세대들간 선의의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평생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온 2세대들과 젊은 상인들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병영막창골목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 황승호 병영막창골목상인회장

인터뷰 / 황승호 병영막창골목상인회장

“병영막창골목하면 뭐니뭐니해도 푸짐한 칼국수 아니겠습니까.”

병영막창골목의 초창기 멤버로 10여년 넘게 토탐골막창을 운영하고 있는 황승호(사진) 병영막창골목상인회장은 병영막창이 시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 ‘칼국수’라고 강조했다. 칼국수 한그릇에 바로 병영막창골목의 정체성이 담겨있다는 것.

황 회장은 “보통 고기를 먹으러 가면 후식으로 냉면이나 된장 등을 시켜 추가비용이 나오지만, 병영막창골목은 칼국수 한그릇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며 “오죽하면 막창을 안 즐기는 사람들도 칼국수가 맛있어서 막창골목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창집을 하기 전에도 10년 넘게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업종을 경험해봤다. 예전에 잘 나가던 상권들이 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어느 순간부터 맛이 변하고,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병영막창골목은 변함없는 막창 맛과 더불어 칼국수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왔기에 지금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최근 울산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병영막창골목의 매출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잊지 않고 가게를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직장동료와 같이 왔던 분이 이제는 결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가게를 찾아올 때 장사하는 보람을 느낀다”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맛있는 막창과 칼국수를 대접할 수 있도록 이 골목에서 자리를 지켜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